[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다그닥, 다그닥' 판교 도로에서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은 말과 말 뒤에 매달린 마차로 향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 말과 마차는 퍼포먼스는 아니었다. 일종의 '시위'였다.
29일 오전 9시 15분께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 마차가 등장했다. 마차는 시위를 위한 마차로,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국내 이용자 중 일부가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우마무스메는 실존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육성해 레이스를 펼치는 게임이다.
시위 기획자 중 한 명인 박대성 씨는 시위에 앞서 카카오게임즈에 방문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불매운동 서약서를 직접 전달하려 한 박 씨였지만, 사전에 약속하지 않아 직접 전달에 실패했다. 박 씨 외에도 회사 1층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약 300명의 유저가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여 유저들은 의견문을 통해 "한일 서비스 차별 논란을 비롯하여 소통 미흡, 고의적인 재화 구조 변경 및 콘텐츠 누락과 같은 불만 사항을 지속해서 카카오게임즈에 호소하였으나 카카오게임즈는 면피성 변명만을 통지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게임즈에 '운영 총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유저 대표와의 간담회 개최 및 추후 지속적인 소통 창구 신설·콘텐츠 누락 및 오역 문제에 대한 책임 소명 및 복구·카카오게임즈의 운영 권한과 책임의 한계 및 사내 업무 과정 공개·파카튜브와 같은 공식 영상 미디어 콘텐츠의 국내 서비스·현 운영팀 전면 교체 및 책임자의 견책·앞으로의 모든 발표 및 공지문은 반드시 책임자의 직급과 성명 명시' 등을 요구했다.
시위 참여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유저 대표와 직접 대화에 나서 논의하고, 이후 신뢰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유저와 소통할 의지가 없다 판단한다"면서 "소비자 일동은 더욱 강경히 추후 불매운동과 같은 구체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박 씨도 "시쳇말로 '꼬접(꼬우면 접어라)'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이 게임 우마무스메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상화를 바라고 시위를 하는 것이다"고 시위 의도를 밝혔다.
우마무스메는 지난 6월 정식 출시했다. 출시 후 일주일 채 되지 않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며 흥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이유는 3가지였다.
첫 번째는 '타우러스배' 이벤트를 불과 사흘 전에 공지했다는 점이다. 한 달 가까이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이벤트를 너무 늦게 공지해 불만이었다. 두 번째는 필수 아이템을 뽑아야 하는 기간을 일본보다 현저히 짧게 뒀다는 점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유료 재화 지급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마무스메의 구글 플레이 평점은 5점 만점에서 1.1점까지 급락했다. 매출 순위 또한 6위로 하락했다.
시위에 총대를 진 박 씨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계속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카카오게임즈에서 사이게임즈(개발사)로 시위의 방향성을 변경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