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린 이호왕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이 명예교수는 바이러스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의학자이자 미생물학자다. 지난해까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1928년 하명남도 신흥에서 출생한 이 명예교수는 195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60년 한국으로 귀국해 1969년 미군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부터 널리 알려진 '유행설출혈열' 연구에 매진했다.
앞서 유행성출혈열은 들쥐나 집쥐 등을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으로 두통,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6.25전쟁 때 처음 발생해 유엔군 32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치명률 10%에 달했던 유행성출혈열을 이 명예교수가 7년여의 연구 끝에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해 퇴치에 성공했다.
당시 그가 발견했던 장소는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으로 구역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 또는 '서울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며 1990년에는 예방백신 '한타박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학자 한 명이 특정 질병의 병원체와 진단법, 백신 모두를 발견하고 개발한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명예교수의 업적을 기려 유행성출혈열 연구협력센터 소장에 임명하면서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 명예교수는 1973년 고려대 의대에 부임해 1983년 의과대학장을 지냈다. 1987년 인촌상 학술부문 1회 수상자가 된 것을 시작으로 1992년 호암상, 2009년 서재필의학상 등을 받았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유공자로 추대됐다.
이 명예교수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은숙 씨와 아들 성일 성균관대 공대 교수, 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7일 오전 11시 5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