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회사에 새로운 신입사원이 왔다. 신입사원의 성은 '지 씨'였는데 직장 상사가 그에게 다가와 "천방지축마골피 알아?"라고 물었다.
신입사원이 처음 듣는다는 듯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 일은 일단락됐으나, 그의 주변에 있던 다른 동료들은 시대착오적인 그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이 사연으로 인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천방지축마골피'가 주목받고 있다.
누리꾼 중에는 "천방지축마골피가 뭔가요?"라며 묻는 이들이 많았고, 몇몇은 "이걸 모르는 분들도 있구나"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천방지축마골피(天方地丑馬骨皮)란 대중들 사이에서 '천한 성씨'로 알려진 7개의 성씨를 이르는 말이다.
낭설에 따르면 천(天)은 무당, 방(方)은 목수, 지(地)는 지관, 축(丑)은 소백정, 마(馬)는 말백정, 골(骨)은 뼈백정, 피(皮)는 가죽백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근거로 천씨, 방씨, 지씨, 축씨(없는 성, 혹은 추씨), 마씨, 골씨(없는 성, 현재는 없는 성), 피씨를 과거 천민이 가진 성이라며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이들 성씨의 내력을 살펴보면 천민의 성씨라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
천씨의 경우 조선 정조 4년 천명익이란 인물이 과거에 급제했다 기록이 나오고, 방씨는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양반가문이었다.
지씨는 고려시대 때 여러 무신을 배출한 과문이고, 추씨 또한 고려 때 관직을 지낸 인물들이 여럿이다.
마씨는 백제와 조선의 개국공신이고, 골씨 또한 양반가문이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성이다. 피씨 또한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병조판서, 전라감사 등을 지낸 인물이 있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성씨는 고려 시대에 갖게 됐고, 당시 천민은 성씨를 쓸 수가 없었다.
지금 모두가 성씨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조선시대 여러 번의 환란으로 호적이 불타 사라지거나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족보를 사고파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