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3,000t급(장보고-III급) 잠수함 기술의 일부가 대만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관련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된 사안은 해군의 첫 3000t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 등 우리나라 주력 함정을 생산하는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기술이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군사 장비를 무허가로 수출하고 대우조선의 잠수함 기술을 대만의 국영기업인 대만국제조선공사에 넘긴 혐의로 조선 기자재 업체 A사 관계자 6명을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 중 잠수함 도면 일부를 갖고 출국한 뒤 이를 대만 기업에 넘긴 혐의를 받는 1명은 구속 송치됐다.
지난 6일 경찰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선 기자재 업체 A사가 2019년쯤 대만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 뛰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대만은 2025년까지 자체 기술로 잠수함 8척을 만들겠다는 걸 목표로 내걸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대만은 입찰을 통해 잠수함 제조에 참여할 업체를 모집했는데 대부분의 업체는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군사 기술이나 물자를 수출하려면 정부나 군의 허가가 필요한데 대만의 잠수함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기술 유출에 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남경찰청은 조사에서 A사는 1,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2019년부터 최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사업부에서 일했던 퇴직자 15명을 포함해 총 20여 명을 대만에 파견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에 있는 대만국제조선공사에서 잠수함 건조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빼낸 잠수함 유수분리장치, 배터리 고정 장치 등 핵심 부품의 설계 도면 2건을 넘긴 것이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A사 관계자 6명을 대외무역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중 직접 설계 도면을 갖고 대만에 간 회사 대표의 동생은 구속됐으며 경찰은 현재 대만에 머물고 있는 이 회사 대표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가 잠수함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부 부품을 아예 대만으로 가지고 갔는데 공항에서는 "해양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풍력 부품"이라고 속여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경찰에 "처음에는 문제가 될 줄 모르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 진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당초 1,500억 원 규모로 계약을 맺었지만 도중에 기술 유출 정황이 발각되며 실제로 받은 돈은 중도금 성격의 약 640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640억 원 가운데 기술 유출 대가로 보이는 약 79억 원에 대해 법원을 통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이 범죄로 얻은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는 조치인 기소 전 추징보전을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