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한 고등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가 평소 괴롭히던 학생을 다리 밑으로 불러 스파링을 시켰다.
스파링 상대는 복싱을 배운 적이 있는 인물로, 피해자는 사실상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코 뼈가 부러지고 광대가 함몰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현장을 구경하던 친구들 중 피해자를 구해주는 이는 없었고,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며 돈 내기를 했다.
심지어 피해 학생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현장 상황은 영상으로 촬영됐고, 각종 단톡방에 올려져 조롱을 당하기까지 했다.
신체적 피해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학생은 학교를 나갈 자신이 없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는데, 학교 측의 반응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한 방송사 제작진이 학교를 찾아가자 해당 고등학교 교장은 "반이 있으면 서열도 정해진다"라며 "서열을 보통 보면, 운동을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정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이 오다 보니 애들이 운동을 못하니까 친구들끼리 운동을 잘하는지 (모르니까)"라고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애들이 서열이 아직 안 정해진 거야. 이게 동물의 세계도 서열을 정하잖아요"라며 "서열을 정하려면 네가 세니, 내가 세니 하다 보면 옆에서 '야 한번 붙어봐라'(하지 않냐)"라고 주장했다.
교장은 (싸움이) 붙을 때 '관중'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밖에서 싸우는 것까지 통제하기 어렵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11월 1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 등장한 해당 사건에 대해 전문가는 "합리적인 싸움이라고 할 수 없다. 더 잔인한 것은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끔 규칙을 만들어서 죽을 때까지 때리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교육부가 공개한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1%이었다.
폭력의 형태는 언어폭력(41.7%), 집단따돌림(14.5%), 신체폭력(12.4%), 사이버폭력(9.8%)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