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여자친구에게 야한 옷 입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데이트 폭력' 가해자 취급을 당한 남성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의 옷차림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옷을 야하게 입는 여자친구에게 항상 불만이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참아왔다.
그런데 이날 A씨는 데이트를 하러 나온 여자친구의 옷차림을 보고 결국 폭발했다.
속이 다 비치는 치마를 입고 나온 것이다. 치마뿐만 아니라 상의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의 이러한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A씨는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말했지만 여자친구는 오히려 A씨에게 잘 보이려고 입고 온 것이라며 서운해했다.
A씨가 굽히지 않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 이런 옷 입는 거 싫다"고 재차 강조하자 여자친구는 "옷 입는 거 통제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려 만났다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A씨는 이러한 사연을 전하며 누리꾼들에게 두 사람 중 누구의 잘못이 큰 지 의견을 물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태도가 잘못됐다며 A씨 편을 들었다.
한 누리꾼은 "여친이 이상하다"며 "애인에게 잘 보이려고 입으려면 A씨가 좋아하는 옷을 입어야지 속옷 보이는 게 잘 보이려고 입는 거냐"고 꼬집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A씨 여친의 말처럼 애인의 옷차림을 간섭하는 것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며 A씨의 잘못이 크다고 주장했다. 애인의 옷차림을 과하게 통제하려는 행위는 '가스라이팅'의 일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성인의 데이트 폭력 가해요인' 연구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가해 유형 중 '누군가와 있는지 항상 확인',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 '옷차림 제한' 등의 통제 행동이 7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즉, 애인의 옷차림을 통제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행위 전부를 데이트 폭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로 옷차림을 과도하게 통제함으로서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완전히 통제하려 들거나 심리적 조작을 통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 정도가 될 때 가스라이팅 또는 데이트 폭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여자친구의 옷차림을 지적하는데서 나아가 강압적으로 통제하려 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데이트 폭력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상대가 '데이트 폭력'이라고 언급하며 갈등이 된 만큼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