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홍콩 방역당국은 최근 햄스터에서 사람으로 코로나가 점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2000여 마리의 햄스터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려 동물들을 키우는 홍콩인들이 행여나 자신들의 반려동물도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도살 당할까 두려워 외국으로 가기 위한 전세기를 구하는 중이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션타임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홍콩인들이 돈을 모아 해외로 나가기 위해 전세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제로 코로나'로 일반 항공편 이용이 어렵자 전세기를 구해 반려동물과 함께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6일 홍콩 방영 당국은 햄스터 등 설치류를 판매하는 애완동물 가게 직원이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조사에 나선 홍콩 어업농업자연보호부는 이 가게의 햄스터 11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감염원을 햄스터로 추정했다.
감염 경로를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방역당국은 예방적 조처로 홍콩에서 판매 중인 2000여 마리의 햄스터를 안락사하기로 결정했으며 햄스터 판매 가게에 다녀간 손님 150명을 격리 조치했다.
동물보호단체와 동물 애호가들은 "성급하고 가혹하다"라고 반발했지만, 홍콩 정부는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홍콩인들은 이런 모습에 많이 놀랐다. 자신들의 반려동물들도 방역조치로 살처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세기 중개업체 에어차터서비스의 크리스 필립스 반려동물 담당은 "최근 전세기 수요가 엄청나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홍콩인들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 전세기 대여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여행·이민 사업체 도그익스프레스는 최근 반려동물 전용 전세기 3편 예약이 끝났고, 탑스타스에어는 다음 달 반려동물 7마리와 소유주 6명만 태운 런던행 항공편이 출발한다고 밝혔다.
비용은 비싼 편이다. FT에 따르면 1인당 약 20만 홍콩달러(한화 약 3000만원) 안팎으로 갹출해 6~7명이 모여 전세기 한 대를 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데일켄넬&캐터리의 스티브 페비 수석 컨설턴트는 "대형견에 속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데리고 영국으로 가는데 15만 홍콩달러(한화 약 2300만원)가량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홍콩인의 외국행은 강력한 방역대책뿐 아니라 2020년 6월 시행된 국가보안법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보안법 이후 당국의 통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반려동물까지 방역 조치 대상이 되자 두려움을 느낀 홍콩인들이 탈출 행렬에 동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