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50년전, 연간 생산량만 33만톤에 이르는 '세계 최대 요소 공장' 보유국이었던 한국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중국의 수출 통제로 최근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8%에서 올해 9월 기준 9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물류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망 마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칫 산업 생태계 상당 부분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50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을 가진 나라였다. 1961년 준공한 충주비료에서는 1963년부터 연간 8.5만 톤의 요소를 생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어 1962년 호남비료, 1967년 영남화학과 진해화학이 준공됐다. 특히 1967년부터 가동된 한국비료(삼성정밀화학 전신)는 연간 33만 톤의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요소 공장이었다. 


1973년 한국종합화학의 암모니아 센터가 준공되고 1977년 준공된 남해화학은 연간 33만 톤의 요소비료 공장 2기를 갖췄다. 


1970년대 한국의 연간 요소 생산능력은 166만 톤에 달했다. 


엄청난 양의 요소를 생산하던 한국의 1, 2차 오일쇼크 이후 점점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남해화학과 삼성정밀화학(현재 롯데정밀화학)을 제외한 5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공업이 울산에 최초로 지은 요소·요소비료 공장 / 롯데정밀화학


이어 2004년 남해화학이 요소와 암모니아를 생산하던 공장 4곳을 비국 기업에 매각했고, 2011년 삼성정밀화학도 요소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는 롯데정밀화학이 요소를 수입해 요소수를 만들고 있으며 국내 요소수 시장의 2분의 1을 점유한 상황이다. 


한국의 요소 생산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건 원가, 효율, 경쟁력 등이 다른 나라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1년부터는 중국의 값싼 요소수가 들어오면서 소비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한국무엽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한국 수입품목 1만 2586개 가운데 특정 국에 80%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로 조사됐다. 


요소수 생산 공장 모습 / 뉴스1


전체 수입품의 3분의 1가량이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과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국을 여러 국가로 분산해 특정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가격 경쟁력을 중요시하는 기업에서 시도하기 어려워 정부가 나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입 품목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재풀을 가동하여 위기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