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군수품 관련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이 방산비리 논란이 있는 업체를 또 낙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중앙일보 측은 무려 5조 4천억 원 규모의 국군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에서 이름만 바꾼 방산비리 전력 업체가 주요 장비인 발전기 납품 업체로 사실상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은 TICN 4차 양산에 필요한 트레일러 탑재식 발전기세트를 최저가 입찰에 부쳤다.
그 결과 H사가 1순위에 올랐고, 방사청은 조만간 해당 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H사는 과거 1~2차 양산 사업 때 발전기 원가를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S사의 후신으로 전해졌다. 당시 방사청은 부당이익금 약 67억 7천만 원을 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H사는 도산한 S사를 인수, 회사명과 대표자를 바꿨으나 동일한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방사청도 H사를 국회에 보고할 때 '구(舊) S사'라고 적시하는 등 사실상 같은 업체로 보고 있다.
방사청 측은 3차 양산 사업 때도 S사가 발전기 납품 업체 2곳 중 1곳으로 선정돼 비판이 일자 "전력화 지연에 따른 군 작전 운용 제한 등으로 1~2차 양산과 마찬가지로 방사청과 직접 계약(관급)이 아닌 TICN 주계약 업체(체계를 통합하는 업체)를 통한 도급 조달로 결정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방사청이 직접 입찰에 나선 이번 4차에서도 S사의 후신인 H사가 사실상 낙찰돼 비판이 거세다.
이에 방사청 측은 "H사는 S사를 인수한 업체로 다른 업체이기 때문에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다. 법과 규정에 따라 낙찰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청이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는 '부정당업자 제재'만 했어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 역시 "국가계약법상 계약 조건 위반에 해당하는 것을 방사청이 직접 조사해 확인하고서도 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를 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만약 S사가 부정당 업체로 처벌받았다면 인수한 업체도 제재 적용 대상이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