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남초 커뮤 '설거지론'에 퐁퐁단 최다 배출 학교로 '낙인' 찍힌 서울대학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솔직히 설거지 당할 가능성 높은 '싱크대' 재학 중이라 불안합니다"


최근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거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대 남성들을 시작으로 퍼지기 시작한 설거지론은 이제 대학교와 직장인 커뮤니티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설거지론이란 연애 대신 공부를 택해 고소득 직장인이 된 남성들이 젊어서 문란한 생활을 해온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을 말한다. 


여성을 그릇에 빗댄 표현으로 순진한 남성들이 그릇을 깨끗하게 닦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장인들을 많이 배출해 낸 상위권 대학을 향해서는 '퐁퐁단 집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퐁퐁단 최다 배출 학교'라는 낙인이 찍혔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자조 섞인 유머도 쉽게 눈에 띈다. 


한 학생은 "설거지 당할 가능성 높은 '싱크대' 재학 중이라 불안하면 추천 눌러라"라며 "일단 나부터"라고 글을 썼는데 "연애감으로 거론도 안되지만, 10년 뒤에 남편감으로 거론될 거 같으면 추천"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전공시험공부를 안 했다는 학생은 "교수님에게 '더 이상 고급 식기세척기가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굳이 7전공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라고 하면 드랍 받아주실까?"라고 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 커뮤니티에는 서울대 재학 중인 여학생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또한 설거지론을 걱정하고 있었다. 외모가 못생겨서 잘생긴 남자한테 설거지 당할 거 같다는 이유였다. 


설거지론은 설거지에 빗댄 비유로 인해 여성 혐오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더욱 크게 이슈가 커지며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람의 가장 원초적 감정인 '사랑'에 대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그동안은 자신이 ATM기라는 생각에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참았지만, 이제 설거지론을 듣고 보니 아내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현타'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각에서는 설거지론이 열악한 청년 세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설거지론을 생성하고 퍼뜨리는 주체는 아직 미혼이 많은 20대 남성들인데 취업난·주거난에 허덕이는 이들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되면서 부동산 폭등 현상의 상대적 수혜자인 40대 기혼 남성을 향한 공격성을 드러냈다는 것. 


또 사랑이란 감정보다 경제력이 우선시되는 최근의 결혼 세태를 꼬집으면서 이러한 문제를 여성들의 탓으로 돌린다는 논리다. 


설거지론 자체를 하나의 마이너 문화로 보는 경향도 있으나 현재 국내의 다양한 갈등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남, 이대녀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과 치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