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추석이 돌아왔다.
이맘때가 되면 영화 덕후들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전 세계 명작 영화들, 일반 상영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한 일본 배우의 독특한 일화가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1995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27살인 배우 나오다.
그는 모델로 데뷔한 이후 2013년 드라마를 통해 배우가 됐다.
이런 그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적이 있었다.
조연 중의 조연 배우로 초대장조차 받지 않았던 그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한국 영화 팬들의 앞에 설 수 있었던 데는 놀라운 일화가 숨겨져 있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닛폰테레비 'The 돌파 파일(THE突破ファイル)'에 게스트로 등장한 나오는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2017년 10월, 나오가 출연한 영화 '링 사이드 스토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 작품으로 출품됐다.
주연 배우들은 부국제에 초대됐지만 나오는 조연이었기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부국제를 직접 보고 싶었던 그는 과감히 상영 전날 비행기를 예약해 부산으로 향했다.
부국제 현장을 본 그는 꿈의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지니 자신도 배우로서 레드카펫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근처의 백화점에 들러 레드카펫과 어울릴만한 원피스와 구두를 샀다.
화장품 매장도 들러 "사용한 화장품 전부 살 테니 레드카펫을 걸을 수 있을 만한 메이크업을 해주세요"라고 부탁해 레드카펫 룩을 완성 시켰다.
바로 호텔에 돌아간 그는 손으로 명함 50장을 쓴 후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고 다시 부국제 행사장으로 향했다.
'링 사이드 스토리' 타케 마사하루 감독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거라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그는 현장 스탭에게 영화 포스터를 보여주며 레드카펫을 걷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시간이 없어 '링 사이드 스토리' 출연진이 레드카펫을 걸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영화 대표로 지금 걸어달라"라고 답했다.
영화 대표라는 말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레드카펫을 걷고 싶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져버릴 수 없었다.
이런 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현장 스탭은 한 남성에게 나오를 데리고 갔다.
남성의 정체는 '부러진 화살'로 부국제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이었다.
스탭들과 정지영 감독의 배려로 그는 신인 여배우임에도 정 감독과 함께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걸을 수 있었다.
나오 인생 최초의 레드카펫이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나오는 "저를 흔쾌히 도와주신 정지영 감독님과 영화제 스탭 여러분께 지금도 정말 감사하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운명은 우연이 아닌, 선택이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한 말이다.
유명해지기를, 성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온몸이 부서질지언정 용감하게 부딪혀 쟁취해낸 나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