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폭언 없었다더니..." 택배노조 단톡방에선 '대리점주 죽이겠다' 욕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택배 노조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 대리점주 이모씨와 관련해 노조원들이 대리점을 뺏으려 했던 내용 등이 담긴 단체 대화방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 3일 유족 측은 CJ대한통운 김포 지역 택배 노조의 SNS 단체 대화방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전국택배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숨진 이씨의 대리점을 뺏으려 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심한 욕설과 조롱을 담은 글도 확인됐다.


앞서 지난 2일 전국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을 단체 대화방에 게재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다만 고인에게 폭언이나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그러나 일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택배 노조 김포지회의 단톡방 내용에는 지난 6월 '소장(점주)이 쓰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에 "나이롱 환자 아니냐", "휠체어는 안 타냐" 등의 조롱과 함께 "죽이겠다", "XX끼" 등의 욕설이 있었다.


특히 다른 SNS 대화방에서 노조 임원 A씨는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이씨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노조원 B씨는 "이씨는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주요할 듯 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대화방 속 A씨와 B씨는 이씨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노조원으로 지명하고 실명을 공개한 이들이다.


CJ대한통운 김포A터미널에 마련된 김포장기대리점장 고(故) 이모씨(40)의 추모 분향소에 조화가 늘어서 있다 / 뉴스1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이에 대해 전국택배노조 측은 "고인이 없는 대화방에서 고인에 대해 말한 내용을 '고인에 대한 폭언'이라고 할 수 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지난달 30일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당시 이씨는 현장에 '택배 노조의 불법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엔 "너희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길 바란다"라는 말과 함께 노조의 태업 및 집단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증이 극에 달했단 내용이 담겼다. 또한 가족에 미안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