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일장기' 달고 시상대 올랐던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이 손기정을 부러워했던 진짜 이유

손기정기념재단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폐회식이 열리는 대회 마지막 날에 열리는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마라톤에서 한국이 첫 메달을 딴 건 언제일까.


한국의 마라톤 첫 메달은 8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린 이 날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남승룡 선수가 차지했다.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


하지만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일본 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들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가 그려져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손기정은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주어지는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다.


일장기를 가릴 수 없었던 남승룡 선수는 동메달을 땄음에도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 하염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남승룡 선수는 금메달을 따낸 손기정 선수에 대해 "금메달이 아니라 화분이 부러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당시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귀국 당시 밧줄에 묶여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조선총독부가 사생활을 감시하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쾌거 당일에는 일본 측이 조선인이지만 일장기를 달고 뛴 두 사람을 위해 격려 자리를 마련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기정, 남승룡 선수는 벽에 태극기가 걸린,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 안봉근이 운영하는 베를린의 한 두부 공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은 10명도 안 되는 현지 조선 교민들과 두부와 김치를 놓고 소소한 축하 파티를 했다.


그리고 손기정은 말했다. 베를린에서 태극기를 봤던 그 감동을.


"온몸에 뜨거운 전류가 흐르는 듯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잃었던 조국, 죽었던 조국의 얼굴을 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탄압과 감시의 눈을 피해 태극기가 살아 있듯 조선 민족도 살아 있다는 확신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