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훈련병들이 식수를 보급받지 못해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폭로자는 마실 물이 부족해 복용하는 알약까지 씹어먹어야 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호소했다.
지난 11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달 31일 1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영한 훈련병 A씨의 폭로글이 게재됐다.
A씨는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보급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1사단 신대는 생활관마다 500mL 생수 20개가 들어 있는 팩을 5개씩(일주일 기준 두당 5개) 지급했다. 문제는 신교대 입소 6일 차에 일어났다.
A씨 무리는 6일 차 되던 날(토요일) 물이 부족해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 조교는 '일주일간 먹을 양인데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핀잔을 주며 생수 1팩을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채 하루도 못 가 다 떨어졌고, A씨 무리는 다시 한번 생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교들은 '대기하라'는 말만 할 뿐 주말 내내 어떠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씨 생활관 인원은 월요일 오후까지 이틀간 물을 마시지 못했다고 한다. 평소 A씨는 물을 많이 마시는 터라 갈증에 민감했다.
A씨는 결국 화장실 수돗가에서 갈증을 해소해야 했다. 나중에는 개인 텀블러에 수돗물을 담아가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고.
또 조교는 약을 먹기 위해 생수를 달라는 A씨의 요청에 타 동기가 입을 대고 마신 생수를 함께 마시라는 지시도 내렸다. 결국 A씨는 코로나19 위험 등을 고려해 알약을 물 없이 씹어 먹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휴지 부족, 간부 폭언 등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귀가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인간으로서 최소한 필요한 물이나 생리현상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또한 인격 모독을 당해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에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가 예민하고 멘탈이 약해 이런 제보를 하는 게 아니라 생활관 동기들도 나가서 공론화해달라고 하더라"라며 "이 상황을 부모님들도 꼭 아셔야 한다고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이 공론화되자 1사단 측은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이 소통합니다'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1사단은 "입영 후 생활에 큰 불편을 느꼈던 제보자분께 심심한 위로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며 "사실관계를 떠나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부대는 훈련병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수 제공은 입소 1주차 때 장병 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관별로 생수를 비치하여 마실 수 있게 했다"며 "생수가 부족하면 공용 정수기를 통해 마실 수 있게 조치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 일부 관계자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여 공용 정수기 사용을 과도하게 통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대는 정수기 사용과 관련된 지침을 명확하게 교육하고 향후 동일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