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제주도에서 신증후군 출혈열(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병원체 '한타바이러스'의 새 유전형이 발견됐다.
지난 2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팀은 제주도에서 채집된 설치류에 속하는 제주도 고유종인 제주등줄쥐에서 신증후군 출혈열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형의 '한타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어 신증후군 출혈을 일으키며 신부전, 출혈, 혈소판 감소증, 쇼크 등을 초래하는 감염질환의 위험한 바이러스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매년 약 400~500명의 신증후군 출혈열 환자가 발생한다고 보고됐고, 제주도에서는 지난 10년간 18명의 신증후군 출혈열 환자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동안 채집된 제주등줄쥐에서 한타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다. 나아가 지리계통 및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존 한반도 내륙에서 확인된 한탄바이러스와 구별되는 새로운 유전형임을 밝혀냈다.
기존 제주도땃쥐에서 발견한 제주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는 비병원성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제주등줄쥐에서 발견된 제주 한타바이러스는 제주도에서 발견된 최초의 병원성 한타바이러스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성과는 열대의학분야 최상위 저널인 최근호에 '한국에서 유행성출혈열의 잠재적 원인인 제주등줄쥐가 보유한 한타바이러스의 새로운 유전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한타바이러스라는 명칭은 한탄강(Hantan River)에서 유래됐다. 1950년대 6·25전쟁 당시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참전 중이던 유엔군 3200여 명에게서 원인 불명의 신장 기능 저하와 고열이 나타났고 이 중 수백 명이 사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6년 우리나라의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된 등줄쥐로부터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한타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한타바이러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해 있으며, 크게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와 신대륙 한타바이러스로 구분된다. 구대륙 한타바이러스는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주로 발견되고 신증후군 출혈열(유행성 출혈열)을 발생시킨다. 치사율은 최고 15%까지 이른다.
치사율이 35% 이상인 신대륙 한타바이러스는 북미와 남미에서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을 일으킨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한타바이러스 중에는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 무주바이러스, 수청바이러스, 임진바이러스, 제주바이러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