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코로나 근무에 지쳐 극단적 선택한 간호 공무원이 단톡방에 남긴 마지막 카톡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죄송합니다...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할게요"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직 공무원이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격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카카오톡(카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공무원노조와 유족 등에 따르면 앞서 23일 오전 8시 10분쯤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일하는 30대 간호직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보건소 업무를 과도하게 맡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유족 측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부터 동료에게 격무에 시달리며 힘든 심정을 전하는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카톡에서 A씨는 동료 2명에게 "이른 시간 연락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어제 오전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의 한 병원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담당하는 업무를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A씨가 업무를 떠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영혼수선공'


A씨의 상사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으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중간에 못 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A씨는 "죄송하다"라며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했다.


격무에 지쳐 힘든 와중에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배려가 먼저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끝내 이튿날인 23일 오전 8시 12분쯤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당초 3일장에서 5일장으로 연장했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