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다정하고 착했던 선호, 내 친구가 왜 죽어야 했나..."
23세 꽃다운 나이에 평택항 산재사고로 사망한 고 이선호 씨 아버지는 고인 친구의 호소에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지난 20일 국회 본관에서는 고 이선호 씨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정의당 대표단과 고 이선호 씨 아버지와 고인의 친구 김벼리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선호 씨 죽음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중대재해법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김벼리씨는 "유명한 의원들과 장관들이 방문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대통령까지 조문을 왔다. 수많은 사과와 약속들이 오고 갔다"라며 "앞다투어 구의역 승강장을 찾고 태안과 서울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수많은 정치인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데 세상은 변했나. 나아지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들이는 비용보다 노동자의 죽음에 치르는 비용이 더 적은 이 비상식적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 앞장서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그는 "선호가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지 않도록, 이 사회가 선호의 죽음에 빚져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주겠다고, 친구들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떠난 선호가 왜 죽어서 돌아와야 했는지, 왜 제 친구 선호가 죽어야만 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후 긴 분쟁을 이어오던 이씨 아버지는 고인 친구의 호소에 결국 자리를 박차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오는 22일은 이선호 씨가 사망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유족은 사고 책임을 가리기 위해 한 달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선호 씨 아버지는 간담회 자리를 빌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완전히 누더기가 되어버렸다고 들었다"며 "국민 여론에 떠밀려 안 만들 순 없고, 끝내 눈치 보다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한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가 벌금 몇 푼으로 때워 어슬렁 넘어갔는데, 무조건 (감옥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법에 정해지면 사업주가 자기 회사의 안전 관리 요원이 될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처벌 강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정의당은 간담회 후 이선호 씨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강화 대국민 유세를 위한 정당 연설회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당 차원에서 대표단과 의원단, 주요 당직자들이 고인의 빈소를 지키고 법률지원단도 구성해 유족과 대책위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 실효성 있는 시행령 제정,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정의당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