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양치 이후 입에서 '락스 냄새' 나 화장실에 '몰카' 설치한 남성이 확인한 영상 내용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아내의 메시지 내역을 훔쳐 본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게 재판부가 선고 유예를 결정했다.


집에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의 대화를 엿들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남성에게 아내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는데, 대체 무슨 사건이 있어 그는 아내를 몰래 지켜볼 수밖에 없던 걸까.


10일 대구지법 형사 12부(재판장 이규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47)씨에게 각각 선고 유예와 무죄를 내렸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가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날 남편은 아내의 친구와 아내불륜을 의심해 카카오톡을 엿봤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내가 설정한 카카오톡 비밀번호가 친구의 전화번호 뒷자리라는 사실을 깨닫으면서 남성은 둘의 불륜을 직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는 아내와 함께 "추석에 시댁에 있을텐데 나한테 카톡해도 되느냐", "추석 당일에 함께 만나자", "늙으면 요양원에 함께 가자"는 문자를 나눴다.


이후 2019년 11월 위장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남편은 이듬해 건강검진에서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는다. 그는 당시 자기 칫솔에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자신이 주로 쓰는 안방 화장실에서 못 보던 곰팡이 제거용 락스 통이 있는걸 발견했다.


이에 남편은 자기만이 알 수 있는 방향으로 칫솔 등 세면도구의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 A씨가 퇴근 이후 확인한 결과, 세면도구의 방향과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아내의 범행이 의심스러웠던 그는 지난해 2월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 결과는 남편의 예상대로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몇 달을 지켜봐야되지? 안 뒤지나 진짜, XX" 라고 하는 아내의 혼잣말이 담겨졌다.


그해 2월부터 4월까지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총 25회에 걸쳐 아내가 남편의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과 "죽어, 죽어" 등 혼잣말이 담겼다.


아내의 카톡을 훔쳐 본 게 남편의 생존전략임이 드러나자 재판부는 "(아내의 대화를 훔쳐 본)정보통신망법 위반죄는 우발적이며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범행 이후 5년이 넘도록 아내 B씨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유지했다"고 판시했다.


남편이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선 "범행이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몰래 이뤄졌고, 아내의 범행을 파악하고 남편가 자기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B씨의 언동을 녹음·녹화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 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아내가 자신의 10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시보호명령을 받아낸 상황이다. 또 아내를 살인미수로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15회분의 기록을 확인하고 아내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해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