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9살 동생 구하려다 목숨 잃은 18살 형은 투잡뛰던 부모님 대신한 '가장'이었다

아파트 화재로 동생을 구하려다 숨진 형은 바쁜 부모님을 대신한 사실상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입력 2020-04-09 10:51:08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고명훈 기자 = 울산에서 9살 동생을 구하려고 불 속에 뛰어들었던 18살 형이 함께 숨졌다. 


형은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온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8일 울산경찰청과 울산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6분경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 13층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집 안에서 자고 있던 9살 동생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동생을 구하러 들어갔던 18살 형은 불을 피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화재 당시 형제의 부모님은 집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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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는 운영하는 식당 장사 준비로 집을 비웠고 어머니 역시 일 때문에 경주에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최근 어려운 경기에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배달일 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부모가 일 때문에 집을 많이 비워 고등학생인 형이 초등학생 동생의 부모 역할을 대신 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예전에 사고로 다쳐 수술을 받았던 동생을 많이 아낀 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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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불이 났을 때도 형은 거동이 불편한 동생을 업고 빠져나가려다 이미 거실과 현관까지 번진 불길과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한 순간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형제의 사연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형과 친구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켜 놓은 촛불이 바람에 넘어지면서 거실 카펫에 옮겨붙은 것을 화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