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9살 동생 구하려다 목숨 잃은 18살 형은 투잡뛰던 부모님 대신한 '가장'이었다
아파트 화재로 동생을 구하려다 숨진 형은 바쁜 부모님을 대신한 사실상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이트] 고명훈 기자 = 울산에서 9살 동생을 구하려고 불 속에 뛰어들었던 18살 형이 함께 숨졌다.
형은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온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8일 울산경찰청과 울산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6분경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 13층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집 안에서 자고 있던 9살 동생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동생을 구하러 들어갔던 18살 형은 불을 피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화재 당시 형제의 부모님은 집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는 운영하는 식당 장사 준비로 집을 비웠고 어머니 역시 일 때문에 경주에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최근 어려운 경기에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배달일 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부모가 일 때문에 집을 많이 비워 고등학생인 형이 초등학생 동생의 부모 역할을 대신 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예전에 사고로 다쳐 수술을 받았던 동생을 많이 아낀 형이었다.
이번 불이 났을 때도 형은 거동이 불편한 동생을 업고 빠져나가려다 이미 거실과 현관까지 번진 불길과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한 순간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형제의 사연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형과 친구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켜 놓은 촛불이 바람에 넘어지면서 거실 카펫에 옮겨붙은 것을 화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