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4기' 진단 확정 받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유상철

유상철 인천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확정받았다.

입력 2019-11-19 20:22:09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국 한국은 당시 본선에서 1승도 못하는 팀이었다.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총 전적은 4무 10패. 국민들 사이에서는 잔칫상만 마련하고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있었다.


'당시까지 월드컵 개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도 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한국이 최초로 그렇게 될 거라는 패배주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SBS


그리고 맞이한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 한국은 2대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 첫승을 거머쥐었다.


대한민국 축구사(史)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2002년 6월 4일 화요일, 첫승이 이뤄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한 가운데 유상철이 있었다. 


'빅클럽' 리버풀의 수호신이기도 했던 유럽 정상급 골키퍼 예지 두덱을 뚫는 중거리 슛ㅇ로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그는 또 공수 밸런스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임무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여겨졌던 월드컵 16강 진출(최종성적 4위)을 이뤄냈던 유상철 인천 감독이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황달끼가 심각해 보이는 유상철 감독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9일 인천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유상철 감독이 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밝힌 것인데, 그간 나돌았던 건강 이상설을 확정 짓는 편지여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제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면서 선수들, 스태프들과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며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팬 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 남은 2경기에 사활을 걸어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과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인천은 하위 스플릿(파이널 라운드 순위 그룹B)에 자리하고 있으며 승점 30점으로 10위를 마크하고 있다. 꼴찌 제주와는 승점 3점, 11위 경남과는 1점 차이다.


※ 아래는 유상철 감독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전문이다. 


사랑하는 인천 팬 여러분, 한국 축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축구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유상철입니다. 먼저, 항상 저희 인천유나이티드를 아껴주시고 선수들에게 크나큰 성원을 보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제가 이렇게 팬 여러분께 인사를 올리게 된 이유는, 여러 말과 소문이 무성한 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제는 제가 직접 팬 여러분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10월 중순경 몸에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였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 췌장암 4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저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저 때문에 선수들과 팀에게 피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곳 인천의 감독으로 부임할 때 저는 인천 팬 여러분께 ‘반드시 K리그 1 무대에 잔류하겠다’라는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성남원정을 마치고 병원으로 향하기 전 선수들에게 ‘빨리 치료를 마치고서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오겠다’라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저는 1차 치료를 마치고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와 선수들에게 ‘나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역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제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함과 동시에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과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며 저 자신도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팬 여러분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남은 2경기에 사활을 걸어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축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 인천의 올 시즌 K리그 1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팬 여러분께서 끝까지 우리 인천을 믿고 응원해주시듯이 저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티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습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만 인사말을 줄이겠습니다. 팬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