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카드 빌려가 흥청망청 쓴 아들에 분노해 약먹이고 목졸라 죽인 80대 노모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자신의 신용카드를 빌려가 유흥비로 쓴 50대 아들을 살해한 80대 노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6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정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80·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8월 17일 집에서 아들 B(58)씨에게 약물을 먹이고 질식시킨 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원이었던 아들 B씨는 원양어선을 타지 않거나 국내 해협을 운항하는 화물선에 전기·기관 등 업무를 하지 않는 동안 노모 A씨의 집에서 함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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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B씨가 일을 하지 않을 때 사행성 게임장에서 도박을 하거나 노래방에서 도우미와 유흥을 즐기는 등 낭비를 일삼자 여러 차례 나무랐지만 노모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B씨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고, 2017년 8월 9일 B씨가 자신의 신용카드로 300만 원을 현금서비스 받아쓰고, 이후 외박을 하면서 노래방에서 또 다시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자 A씨는 화가 치밀어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약물을 먹여 항거 불능인 상태에 이르자 목을 졸라 질식시켜 살해했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지병인 심근경색으로 자연사하거나 제3자로부터 살해당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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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에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인이 심근경색이 아닌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임이 명백한 점, 자살이나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되는 점, 피해자 사망 무렵 피고인이 사망 현장인 집에 함께 있었다고 인정되는 점, 살해의 수단인 약물을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살해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미혼이었고, 사건 당시 교제 중이던 여성도 없었다. 피해자에게 재산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큰 빚에 허덕이고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다"며 "주변으로부터 '천사'라고 불릴 만큼 내성적이고 순한 성격이었던 피해자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성격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