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민주주의는 행동하는 민중의 도덕이다"
25일 스윙밴드 출판사는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입문서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2017년 1월 25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제소환된 최순실은 포토라인 앞에서 외친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그러자 근처에서 최씨의 말을 들은 한 시민 맞받아친다. "×랄 염×하네"
당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시민처럼 최씨의 망언을 성토했다.
그런데 최씨의 말이 어째서 '망언'인지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설명해보라 한다면 우리들 민주 사회 시민들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영국 정치학계의 거목 버나드 크릭 경의 책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에 따르면 최씨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고대그리스 아테네에서 살았더라면 큰일을 겪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최씨는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사약을 받았을지 모른다.
혹은 최씨가 인류사에 민주주의를 통렬히 아로새긴 프랑스대혁명기 파리에 살았더라면 최씨는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만일 최씨가 19세기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사형은 면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당시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유민주주의의 산증인을 자처했으나 실상은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극에 달한 포퓰리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미국의 금융가 J. P. 모건은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친구 사이에 헌법이 무슨 대수냐?"라는 최순실스러운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렇긴 해도 우정(?)을 나눴던 대통령과 그 측근이 쌍으로 감옥에 갇히는 결말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대단히 강력하여 주에 따라서는 종신형을 받았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어떠한 시대 어떠한 국가에도 최씨가 정당성을 찾을 수 있는 민주주의는 존재한 적이 없다. 전제군주제나 독재라면 몰라도.
2002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다룬다.
그래서 아직도 이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프게 심장을 꼬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