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 20주년, 중국매출 40배 성장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농심의 중국 사업이 만 20년을 맞으며 신라면 배 바둑대회와 궤를 같이했다.
17일 농심은 중국법인 매출이 올 상반기 전년 대비 17% 늘어난 약 1억 3천만 달러, 누적 매출 20억 달러를 기록하며 만 20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2억 8천만 달러의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둔 농심은 1999년 700만 달러로 시작했던 독자 사업 첫해 매출보다 40배 이상 성장하며 저력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자국 식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외국에서 쉽게 성공하기 힘든 식품 사업임에도 한국 라면으로 20년 이상 성장을 이어왔다.
창립 당시 대만의 한 회사와 합작 진출했으나 장기적인 중국 사업을 위해 1998년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부터 독자노선의 길을 걸었다. 동시에 청도·심양공장 등을 잇달아 가동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차별화된 제품, 현지화된 마케팅 투트랙 전략의 성공비결
'세계 최대 라면시장'인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농심의 비결은 '차별화된 제품'과 '현지화된 마케팅'의 '투트랙 전략'이다.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은 그대로 내놓되,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 입맛에 맞췄다. 현지와 유사한 제품은 단기적 매출을 가져올 순 있지만, 장기적인 '농심' 브랜드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한국의 '끓여 먹는 라면 문화'도 그대로 가져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지금은 중국 현지 유명 라면 업체들도 끓여 먹는 라면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만큼 한국식 라면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농심은 현지 제품과 차별화되는 맛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신라면의 '고급이미지'를 고수했다.
그 결과, 신라면은 중국 사업의 대표주자로 중국 주요 대형마트와 타오바오 등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 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도 선정됐다.
'辛라면을 각인시킨 辛의 한 수'라는 평가
현지 맞춤형 마케팅 활동으로는 '신라면 배 바둑대회(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가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인기스포츠인 바둑을 통해 '辛라면을 각인시킨 辛의 한 수'로 평가받았다.
바둑에 대한 열기가 높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동시에 부각하고자 했다.
이에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국가대항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했다. 기업의 제품명을 대회 타이틀로 내세우기는 세계기전 중 신라면 배가 처음이었다.
제1회 대회부터 한국의 조훈현, 이창호, 중국의 마샤오춘 등 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참가해 이목을 집중시키며, 신라면 바둑대회는 수많은 명승부 연출과 함께 세계 최고 기전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에서 두 차례 치러지는 대회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대국장이나 TV 앞에 모여들었고,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라면 소비로 이어졌다.
신라면 배 바둑대회로 중국 내 '농심' 브랜드 각인
여기에는 대국장 인테리어를 비롯해 팸플릿, 제품전시, 기념품, 시식 행사 등을 농심과 신라면을 알릴 수 있도록 활용한 농심의 전략이 있었다.
특히, 중국이 처음 우승했던 제9회 대회는 중국 전역 700여 개 언론사를 통해 집중 보도됨으로써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라 불릴 정도의 뜨거운 열기에 맞춰, 농심은 2015년부터 우승 상금을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 원으로 늘리는 등 대회 위상을 높였다.
한편, 이번 제20회 신라면 배 바둑대회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막을 올려 5개월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세돌, 박정환 등 국가대표 기사들이 출전해 치열한 한판 대결을 벌인다.
현재 농심은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지속 확대하고,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