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좁은 목욕탕에 갇힌 채 학대당하다 생을 마감한 강아지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달 30일 Daum '스토리펀딩'에는 피부병에 '에프킬라'를 뿌리는 등 심각한 학대를 당하다 결국 생을 마감한 강아지 '듀란듀란'의 사연이 올라왔다.
듀란듀란은 유기견에게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 중 한 마리였다.
그런데 새끼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 공사장 인부들에게 발견됐고, 듀란듀란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개장수에게 팔려나가며 뿔뿔히 흩어졌다.
팔리지 않은 듀란듀란은 인부들이 쓰는 목욕탕에 갇힌 채 무려 2년간 단 한 번도 목욕탕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햇볕도 들지 않는 축축한 공간. 인부들이 목욕이나 빨래를 할 때마다 오물을 뒤집어쓰며 마를 새 없던 듀란듀란의 몸은 피부병으로 덮여가기 시작했다.
또 인부들이 음식 찌꺼기가 남을 때나 먹이를 줬기 때문에 극심한 영양실조도 찾아왔다.
그런데 이미 지옥 같은 삶을 살던 듀란듀란에게 인부들은 또다시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괴사한 녀석의 피부에서 악취와 함께 진물이 나자 살충제인 '에프킬라'를 약이랍시고 뿌려댄 것이다.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던 녀석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의해 구출됐다. 사실 구출이라기보단 '구매'였다.
듀란듀란의 상황을 파악한 케어가 녀석을 데려가기 위해 의견을 묻자 인부들이 "약값도 많이 들었다. 아주 비싼 강아지"라며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케어는 듀란듀란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부들에게 '15만원'을 주고 녀석을 품에 안았다.
구조 당시 온몸에 악취와 진물이 흘렀던 녀석은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오랜 기간의 치료를 씩씩하게 버텨내던 듀란듀란은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폐렴과 홍역, 혈변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케어 관계자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생을 갇혀야만 했던 듀란듀란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라며 "(녀석에게) 다음 생에는 절대 동물로 태어나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재정으로는 모든 사연을 해결해 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는 생명들을 위해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