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해리 기자 = 78년을 함께 해 온 경남 하동의 화개골 노부부 이야기가 다큐영화로 만들어져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의 노부부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故 이종수(98)·故 김순규(97)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나부야 나부야'.
'나부야'는 나비의 사투리로 할아버지가 생전에 호랑나비를 좋아하다 먼저 세상을 뜬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가슴 먹먹한 애칭이다.
KBS 창원총국 '우문현답'의 주인공으로 방영된 노부부의 일상을 최정우 감독이 2011∼2017년 7년간의 제작을 거쳐 65분짜리 장편 다큐로 만들었다.
영화는 겨울 아침,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의 요강을 비우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일상은 시작된다.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100년 가까운 세월을 더하는 동안 그 시간만큼 노부부에게 남은 건 사랑보다 더 큰 정(情).
할머니가 좋아하는 어느 봄날, 할아버지가 직접 깎아 선물한 나무비녀는 할머니를 활짝 웃게 만들고 같은 시선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서운하지···마음으로는 서운하기는 한정없이 서운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없거든. 인쟈 저승에나 가면 만날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아버지는 사무치게 그리운 할머니 생각에 모든 것을 놓게 만든다.
할머니는 2015년 세상을 먼저 떠났다. 2년 뒤 할아버지도 할머니를 찾아 이승을 떴다.
먼저 떠난 할머니를 생각하며 점점 쇠약해지는 육신을 추스르는 할아버지는 그 해(2015년) 겨울 군산에 사는 막내딸 집으로 가고 다음 해 여름, 막내딸의 부축을 받으며 잡초가 무성한 지리산 자락 마당에 들어선다.
다시 군산으로 가기 싫은 할아버지는 딸과 실랑이를 벌이고 대청마루에 앉아 앞산을 쳐다보며 할머니 생각에 젖는다.
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부부란 무엇이며, 노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부야 나부야'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돼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전주에서 상영된다.
'나부야'는 생전 호랑나비를 좋아했던 할머니, 먼저 세상을 뜬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르는 의미다. 환생을 상징하는 나비의 의미도 있다.
'워낭소리' 배급사 인디스토리를 통해 배급되는 이 영화는 오는 9월 개봉될 예정이다.
최 감독은 "두 분을 순수하게 관찰 기록한다는 의미로 촬영을 하게 됐다"며 "노부부 소생 6남매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4월부터 편집해 영화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내내 노부부는 대청마루에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멍하니 산을 바라 보며 아무런 대화없이 앉아 있었는데 뭘 보고, 뭘 생각하는가가 항상 궁금했다"며 이것이 영화의 키 포인트라고 전했다.
최해리 기자 hae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