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평창올림픽 경기장 중 강릉 아이스아레나 센터에서는 피겨 경기와 쇼트트랙 경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하나의 빙상장에서 두 종목이 열리는 것이다. 문제는 피겨와 쇼트트랙의 빙질, 시설물 등이 달라 매번 바꿔줘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오늘(17일)처럼 오전에 피겨, 오후에 쇼트트랙이 열리는 날이면 시설 관리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진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완벽한 경기장 변신을 위해 개막 1년 전부터 수도 없이 빙질을 다루고, 시설 변경을 연습한 사람들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3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최단 시간 내에 피겨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경기장으로 바꾸기 위한 예행연습이 치러졌다.
60여 명의 사람들이 투입돼 펜스를 옮기고 카메라와 심판석 위치 등을 바꾼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가 평창 조직위 쇼트트랙 담당관을 맡으면서 이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처음 31분 걸린 시설물 변경 작업은 1년 넘는 연습을 통해 약 20분까지 단축됐다.
시설물 변경이 끝나면 가장 중요한 빙판 작업이 시작된다. 피겨와 쇼트트랙은 빙질이 완전히 다르다.
피겨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빙질인 반면 쇼트트랙은 코너링이 많아 단단해야 한다. 당연히 온도도 다르다. 피겨는 영하 4도, 쇼트트랙은 영하 7도다.
피겨 경기가 끝나고 쇼트트랙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4시간. 이 안에 완벽하게 빙질 상태를 바꿔야 한다.
선수들의 기록과 메달 색깔이 바뀔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작업은 국내 유일 아이스 테크니션 배기태 씨가 맡았다.
그나마 얼음을 녹이는 것보단 얼리는 것이 쉬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빨리 빙판을 얼리기 위해 급속 냉각기도 3대나 가동된다.
배씨는 얼음을 얼리는 방식, 트랙에 사용되는 물의 양, 종목에 따른 얼음 온도 등을 세심하게 설정하고 관리해 최상의 빙판을 만들어낸다.
수차례 예행연습을 거친 끝에 피겨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시간은 넉넉잡아 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배씨는 예상했다.
이처럼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뒤에서 노력하는 이들 덕분에 현재 평창올림픽에서는 세계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 선수들도 지난 소치올림픽과 비교하며 한국의 빙판 관리 기술력을 극찬했다.
한편 국내 유일 아이스 테크니션 배씨는 과거 국가대표 스케이팅 선수였으며, 은퇴 후 캐나다로 건너가 빙상 선수들을 위해 정빙 기술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