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저희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저희도 인간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대형마트 계약직 사원의 실상을 그렸던 영화 '카트'(2014년)는 지난 2007년 계약직 사원 대량 해고를 단행했던 '홈에버 사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홈에버'는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던 대형마트다. 2007년 5월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이미지가 나빠진 뒤 2008년 5월 홈플러스에 매각됐다.
당시 홈에버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 해고했다.
이때 수많은 홈에버 노동자가 계산대를 점거한 채 대량 해고 철회를 외쳤고 경찰에 끌려갔다.
해를 넘기며 이어진 투쟁 끝에 홈에버는 비정규직 노동자 2천명의 무기 계약직 전환으로 사태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이들은 무기 계약직이었기에 승진도 하지 못했고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을 받았다.
2003년 입사한 비정규직 직원의 직급은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사원'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 1일 홈플러스가 계약직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고 장기 근무한 주부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미소를 되찾았다.
1일 홈플러스는 "만 12년 이상 근속한 무기 계약직 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대해 오는 7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 31일 이전에 입사한 무기계약직 5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주부 사원으로 평균 연령은 53세다.
이들은 이제 만년 사원에서 벗어나 선임-주임-대리-과장 승진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임금 체계와 복지 혜택도 정규직과 같다.
이로써 무기 계약직을 둘러싼 홈플러스 노사 간 해묵은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는 국내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시행되는 정규직 전환 제도다. 현재 동종업계 대형마트들은 '무기 계약직도 정규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정규직 전환에 먼저 발을 내딛으면서 다른 유통 대기업 또한 고용 정책에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