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외장하드에서 전 남친들의 알몸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내남자, 내여자의 과거는 어디까지 눈감아줄 수 있을까.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처음으로 사귀게 된 사람과 결혼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내가 배우자의 '첫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사람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내의 과거 사진들로 심란하다는 결혼 7개월 차 남편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결혼 7개월 차 신혼이라 한창 깨가 쏟아져야 할 시기인데 2주 동안 냉전 중이고, 서로 말도 안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2주 전, 처가에 방문해 아내가 쓰던 컴퓨터로 게임을 한 날이었다.
밤늦게 게임을 하던 글쓴이는 밖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나갈 것을 염려해 이어폰이나 헤드셋이 없는지 살피려 아내의 책상을 뒤졌다.
그러던 중 아내가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외장하드'를 발견했고 호기심이 발동한 글쓴이는 노트북에 연결해 파일들을 확인했다. 주로 아내가 다운받아 놓은 드라마와 대학생 시절 사용한 온갖 자료들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용량이 제일 큰 파일을 열었다.
수많은 사진이 들어있던 해당 파일에는 아내 어릴 적 중학교 때 사진부터 결혼식 사진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다른 사진들을 본 순간 남편은 화가 나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바로 예전 남자친구들의 사진. 일상적인 사진 뿐 아니라 펜션에 함께 놀러갔던 사진, 모텔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자의 '알몸 사진'과 아내와 함께 거품 목욕을 하는 사진들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글쓴이는 "사귀었던 남자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 사귀며 많은 사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과거라지만 이런식으로 아내의 과거를 보는 것이 참 불쾌했다"며 "이런걸 왜 간직하는 지 화도 났다"고 덧붙였다.
결국 글쓴이는 사진이 들어있는 파일 전체를 삭제해버렸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이에 아내는 "왜 허락 없이 내 외장하드를 뒤지고 사진을 지웠냐"며 화를 냈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말 한마디 없이 냉전 중이라는 글쓴이는 "남자이자 남편으로서 불쾌한 감정이 아직도 있다"며 "오히려 아내가 저한테 미안한게 더 크지 않냐고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다는 글쓴이는 "제가 정말 큰 잘못을 한게 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해당 게시글의 조회 수는 4만여건에 달했다.
글쓴이의 사연에 대해 "잘못을 따지기 전에 멘탈이 털리긴 하겠다", "함부로 외장하드를 뒤지고 관계없는 사진을 지운 건 잘못했지만 그런 사진을 남겨둔 아내도 잘못했다", "아내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