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우리 다 할머니들인데...내키지 않는데 하는 거예요"
SRT가 청소노동자에게 승객들 내릴 때마다 허리 굽혀 인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SR은 고급서비스라고 해명했지만, 노령의 청소노동자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승객들에게 하루에도 500번 넘게 인사해야 했다.
지난 17일 스브스뉴스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받아주지 않는 500번의 인사'를 건네야 하는 SRT 청소노동자들의 일과를 조명했다.
함께 공개된 영상 속 수서역에 열차가 들어오자 청소를 하던 노동자들이 갑자기 멈춰선다.
이윽고 열차에서 내리는 손님에게 일일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다. 열차가 출발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떠날 때까지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계약서에 버젓이 적혀있는 '공식 업무'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열차 한 대당 거의 20번씩, 하루 500번 이상 인사를 해야했다.
청소원 A씨는 "우리도 내키지 않는데 하는 거다. 우리 다 할머니들인데"라며 말을 줄였다.
동료직원 B씨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다른 역 같은 경우에는 저렇게 시키지 않는다. 아주머니들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청소노동자에게 과잉친절을 요구했다는 논란이 일자 고속철 운영사 SR은 청소원 파견업체가 일본철도의 인사 서비스를 도입하자고 제안해 시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고객들이 친절한 서비스를 원해 계속 이어왔다는 게 SR의 설명이다.
SR은 오히려 청소노동자의 인사는 고급 서비스이며 갑질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어본 SRT 직원들의 증언은 본사의 해명과 사뭇 다르다. 한 SRT 역사직원은 "아주머니 인사 왜 시키냐고 고객의 불만들이 많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SR은 결국 지난 17일부터 청소노동자의 인사 서비스를 중단했다.
다만 SR은 앞서 '인사가 불편하다'는 고객들 민원으로 1개월간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재시행한 전례가 있다.
'갑질 논란'이 사그라들 때쯤 또다시 청소노동자에게 인사 서비스를 강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R은 단순히 "고객들이 불편해해서 인사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논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청소 노동자의 전반적인 근무환경을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