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망가진 군인 얼굴 '성형수술'로 재건해준 의사
치열한 전투 끝에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병사들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준 의사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 황비 기자 = 치열한 전투 끝에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참전용사들에게 '성형수술'로 새 삶을 선물해준 의사의 사연이 재조명돼 훈훈함을 자아낸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성형수술의 아버지'라 불렸던 의사 해럴드 길리스(Harold Gillies)의 이야기를 전했다.
매체는 전쟁으로 얼굴의 일부분을 잃어버렸던 참전용사들이 성형 수술을 받은 후 어떻게 변화했는지 상세하게 기록된 차트와 관련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쟁 중 하나로 기록된 제1차 세계대전은 수없이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전쟁에서 겨우 목숨을 건져 고국 땅을 밟은 참전용사들도 대부분은 심각한 부상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얼굴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부상을 입은 이들은 흉측하게 변해버린 얼굴에 좌절해 삶을 포기하려 하기도 했다.
실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 중에는 총이나 포탄의 파편에 맞아 상대적으로 돌출돼 있는 코나 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도 허다했다.
해럴드는 나라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준 참전용사들이 얼굴의 상처 때문에 집밖을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슬퍼했다.
고민 끝에 해럴드는 참전용사들의 무너진 자존감과 존엄성을 되찾아 주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해럴드는 1916년 1월 햄프셔에 있는 케임브리지 군사 병원에 안면부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위한 '전용 병실'을 설립했다.
하지만 곧 12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던 솜 전투(Battle of the Somme)가 벌어지면서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자 그는 얼굴 재건을 위한 '전문 병원'을 설립했다.
이어 안면 부상에 따른 '성형수술'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성형수술 기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성형수술 기법은 상처를 입지 않은 피부를 상처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오늘 날까지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해럴드는 총 1만 1천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고, 최소 5천명의 참전용사들에게 새로운 얼굴과 인생을 선물했다.
에든버러 왕립 외과 대학의 한 교수는 "해럴드는 성형술 및 재건술의 창립자"라며 "그가 개발한 성형외과 기술은 당시에 혁신적인 방법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해럴드는 현재의 기술과 비교해 상당한 수준차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최초'로 '피부 이식'을 이용한 성형 수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크게 인정 받고 있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