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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망친 방학…학교마다 학사일정 뒤죽박죽

애초 4주 이상이었던 여름방학은 3주를 겨우 넘길 정도로 짧아졌다. 방학만 줄어든 게 아니고 1학기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8월 24일 개학한 이후 한 주(5일) 동안 1학기 교육과정을 진행한 다음 31일부터 2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경기도 성남 대일초등학교가 14일 방학식을 갖고 다음 달 28일 개학일 때까지 약 7주간의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올여름 경기지역 학교 가운데 가장 이른 방학이다.

 

대일초의 긴 여름방학은 교실 바닥 공사일정에 따라 정해진 것이지만 이를 부럽게 바라보는 학교들이 많다.

 

화성 갈담초는 이달 22일로 예정됐던 여름방학식을 8일 뒤인 30일로 미뤘다.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13일(수업일수 기준)이나 휴업한 탓이다.

 

이에 따라 애초 4주 이상이었던 여름방학은 3주를 겨우 넘길 정도로 짧아졌다. 방학만 줄어든 게 아니고 1학기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8월 24일 개학한 이후 한 주(5일) 동안 1학기 교육과정을 진행한 다음 31일부터 2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수업시수 학보를 위해 지난주까지 저학년 대상으로 5교시 수업을 했는데도 빠듯한 학사일정을 꾸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은 '메르스 휴업'을 실시한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평택 송탄초는 8일(수업일수 기준) 휴업일만큼 여름방학을 줄였다. 방학식날을 오는 24일로 한 주 미루고 개학을 5일 앞당겼다. 이 때문에 5주나 됐던 여름방학은 3주로 짧아졌다. 

 

교육과정이 학년제인 초등학교와 달리, 학기제인 고등학교는 어쩔 수 없이 여름방학을 줄여 과목별 수업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중학교도 학년제이지만 학 한기에 수업을 몰아서 하는 집중이수제와 진로를 탐색하는 2학기 자유학기제 시행 때문에 대부분 여름방학을 줄여 1학기에 부족한 수업일수를 채울 수 밖에 없다.

 

여름방학만 짧아진 것이 아니다. 열흘간 휴업한 화성 노진초는 여름방학과 함께 겨울방학을 5일씩 감축했고, 오산 대원초는 여름방학을 그대로 두고 겨울방학을 6일간 줄였다.

 

짧아진 방학 일정으로 방학일이 7월 말과 12월 말로 조정되면서 혹서기와 혹한기에 수업해야 하는 학교들도 많다. 재정난으로 학교기본운영비가 지난해보다 5%(학교당 1천500만원 안팎) 감액된 가운데 냉·난방비 부담을 걱정하는 학교들도 있다.

 

평택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은 "30명이 넘는 학급은 아이들이 앉아만 있어도 후끈거릴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며 "혁신학교나 별도의 교육활동비를 지원받는 학교는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들은 난방비 부담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시간당 3.75㎾ 소비하는 냉방기를 기준으로 6일간 휴업한 초등학교의 경우 교당 44만5천원(6시간 가동), 3일간 휴업한 고등학교의 경우 44만5천원(12시간 가동) 정도로 전기요금이 늘 것으로 추산돼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계절방학도 차질을 빚게 됐다. 화성 반송초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각각 2일과 5일 줄이는 한편 25일이었던 내년 2월 학년말 방학을 12일로 대폭 감축했다. 같은 지역 동양초 역시 여름·겨울방학을 하루씩 줄이고 학년말 방학을 7일 단축했다.

 

평택 용인초나 죽백초처럼 여름방학을 그대로 두거나 하루만 줄이는 대신 9월 추석을 전후해 실시하려던 가을단기방학을 4일 줄인 학교도 있다.

 

방학 일정이 조정되면서 교사들의 연수 일정도 일부 조정됐다.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애초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2일로 예정했던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일정(480명 대상 105시간)을 이달 28일에서 다음 달 14일로 이틀 조정했다. 일정을 미루면 일찍 개학하는 학교의 교사들이 어려움이 있지만 전수조사를 거쳐 상대적으로 불편이 적은 일정을 선택한 셈이다.

 

뒤죽박죽 된 학사일정 때문에 학부모들도 혼선을 겪고 있다.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은 8월 1일부터 방학이고 유치원생은 이달 25일부터 방학이라서 휴가를 미뤄야 할지, 초등학생을 결석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의견을 묻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올봄에 이미 7월 마지막 한 주를 휴가 일정으로 잡고 호텔과 항공편 모두 예약했다"며 "더구나 환불 불가 조건이어서 난감하다"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 필리핀 어학연수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학교는 조정된 학사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일일이 학교에 문의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다른 학부모에게 묻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성남지역 한 중학생 학부모는 "가정내 체험학습(학교장 허가로 최장 7일)을 내고 휴가를 갈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주변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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