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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관객 울린 ‘님아 그 강을…’ 흥행 코드 4가지

다큐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세를 보면 2009년의 화제작 '워낭소리'가 떠오른다. 유명 배우, 화려한 CG, 스릴 넘치는 서사도 없이 두 영화는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울렸을까?


via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세를 보면 2009년의 화제작 '워낭소리'가 떠오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2월 둘째 주말 박스오피스 기준 누적관객 105만 명을 돌파, 개봉 18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90만 관객을 기록한 '워낭소리'의 아성을 뒤흔드는 위협적인 상승세다. 이 추세라면 독립영화 불모지와 다름 없는 국내 영화계에 '워낭소리'의 기적을 5년만에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 배우, 화려한 CG, 스릴 넘치는 서사도 없이 두 영화는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울렸을까?

 

두 작품의 공통 키워드는 '노인, 유머, 사랑, 죽음'이다.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요즘 세대가 원하는 작품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개봉 후 결과는 전혀 달랐다. 중년 이상의 노년층이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가 이들 작품에 더욱 열광한 것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슬하에 12명의 자녀를 두고 무려 76년 째 연애중인 노부부가, '워낭소리'는 30년째 한 소와 우정을 나누는 팔순 노인이 등장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부모 혹은 조부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팬 주름과 그을린 살갗은 따로 분장이 필요없다. 

 

새카맣게 흙물이 든 손톱 그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가감없는 모습은 솔직해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손이 시렵다며 애교를 보이는 강계열 할머니(89)와 그런 아내의 손을 덥석 잡아 호호 불어주는 조병만 할아버지(98)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마치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워낭소리에서는 늙은 소에게 궁시렁대는 최노인이 차도남처럼 터프하고 시크한 매력으로 관객을 웃겼다.  

 

 via 영화 '워낭소리'

 

관객은 주인공들이 걸어 온 긴 세월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희노애락을 겪으며 묵묵히 버텨온 값진 시간이란 걸 안다. 삶의 눅진한 체험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깔깔대며 웃던 관객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능가하는 뭉클함을 느낀다.

 

무려 76년을 사랑하고, 15년이 평균 수명인 소와 30년을 동고동락하는 모습은 가벼운 '허구'가 아닌 묵직한 '팩트'인 탓에 한편으론 경이롭기까지 하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시간이 죽음 앞에서 이별을 맞을 때, 관객은 한 마음이 돼 눈물을 쏟는다. 마치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나의 반려견이 죽은 것처럼 절절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삭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두 영화는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준다. 

 

관객이 퉁퉁 부은 눈으로 극장을 나서면서도 마음이 훈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중장년이 아닌 20대에 특히 흥행몰이를 하는 것은 삶이 주는 진실성은 나이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통한다는 걸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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