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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적은 언제인가요?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은 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 심해진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은 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 심해진다. 

 

아닌 가정도 있겠지만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부자(父子)들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최무성-최택 부자처럼 필요한 대화만을 나눈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아버지는 맞고 아들은 틀렸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왜냐면 본인도 아들과 똑같은 성장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단지 어머니와 다른 점이라면 아버지는 표현에 인색할 뿐이다. 

 

하지만 아들은 아니다.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어머니와 함께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특유의 '어색한 기류'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버지와의 자리를 피한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형제 중 장남인 필자는 '대화'를 하길 원하는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피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었던 중·고등학교 때는 하지도 않는 공부를 핑계로 피했고, 대학생 때는 과제를 핑계로 아버지를 피했다. 사실은 술 먹고 놀기 바빴는데 말이다. 

 

물론 아버지가 섭섭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필자는 오직 '나'밖에 몰랐고, 아버지는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는 아들이었다. 

 

그러나 군대를 전역하고 이 행동은 말끔히 고쳐졌다. 그 이유는 필자도 잘 모른다. 다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아버지가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이었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처음으로 단둘이 술집을 갔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나를 피할 때 너무 섭섭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불편해 할까봐 쉽게 내색하지 못했고, 오래 걸리더라도 네가 나를 찾아줄 때까지 기다렸다" 

 

맞는 말씀이었다. 아버지는 묵묵히 뒤에서 기다리면서 내심 아들이 먼저 다가와주기를 바라셨다. 

 

이 감정은 아들을 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모두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아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나'만 생각하고 살아간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아버지와 '대화'를 나눠서 손해 볼 것은 없다. 필자의 경험을 빌어 말을 하자면 아버지는 지난 과거를 걸어오면서 자신이 느꼈던 모든 것을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스승'이다. 또 대화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숨은 매력과 비밀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쭈뼛쭈뼛 거리며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말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아버지는 단지 표현에 인색할 뿐이지 자신의 아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아들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잠시만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바둑을 보고 계신 아버지에게 다가가 한마디 대화를 나눠보자. 

 

여느 때와 똑같이 무뚝뚝하게 대답은 하시겠지만 아버지는 기다렸던 아들이 왔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엄청 기뻐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