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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다쳐 사망한 환자를 '병사 판정'한 서울대병원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병사'로 표기돼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생겼다며 아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인사이트어머니 故 황영순 씨의 젊은시절 모습 / 사진제공 = 아들 김형진 씨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서울대병원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수차례 수술받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환자에 대해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아들 김형진 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7년간 20여 차례의 수술을 받으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서울대병원에서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표기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인사이트에 제보했다.


아들 김씨에 따르면 7년 전인 2009년 6월 18일 어머니 고(故) 황영순 씨는 당시 6살이던 어린 손자와 함께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린 손자가 가지고 놀던 공이 도로 위로 굴러가자 어머니 황씨는 주우러 달려갔고 마침 지나가던 차량이 황씨를 발견하지 못한 채 치고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사이트어머니 故 황영순 씨의 젊은시절 모습 / 사진제공 = 아들 김형진 씨


이 사고로 어머니 황씨는 지난 7년 동안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오가며 20여 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어머니 곁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자 아들 김씨는 계속 출근할 수가 없어 5차례나 이직을 했다.


또 당시 6살배기였던 어린 아들을 혼자 힘으로 키우고 있었던터라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대리운전을 하며 병원비와 생계비를 충당해야만 했다.


아들 김씨의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황씨의 건강상태는 계속 악화됐고 수술 부위에 삽입된 인공물질이 세균에 감염돼 결국 지난 7월 22일 서울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인사이트서울대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 / 사진제공 = 아들 김형진 씨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황씨는 우측 상완골에 투입된 인공물질 제거 및 시멘트 항생제 투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어머니 황씨의 '패혈증'이 '중증패혈증'으로 악화되면서 결국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겨졌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한지 28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 김씨는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부받았는데 사망 종류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돼 있었다"며 "투병생활과 병세 약화로 폐렴간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하셨기 때문에 '외인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병사'라면 교통사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7년간 한 번도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찾아오지도 않은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외인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세상 떠나시기 직전 어머니 故 황영순 씨 모습 / 사진제공 = 아들 김형진 씨


실제 통계청이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발행한 '사망진단서 작성안내' 책자에 따르면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하였을 경우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표기하도록 명시돼 있다.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으로 판단이 되는 경우에만 한해 '병사'를 선택해야 한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 황씨가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는 의학적인 증거 자료로 중앙대학교병원의 '신체감정촉탁회신서'를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신체감정촉탁회신서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 중 발생하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현 증상에 교통사고가 100% 기여하였을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적혀 있다.


인사이트중앙대학교병원에서 발급한 '신체감정촉탁회의서' / 사진제공 = 아들 김형진 씨


아들 김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작성한 사망진단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과 전문의 등에 물어보니 '외인사'라고 분류했다가 보험사로부터 소송이 오면 머리 아프기 때문에 편리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측은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최초로 다친 어깨 부위에서 나온 염증균과 사망의 원인인 패혈증 원인균에 대한 검사 결과 서로 다른 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사망진단서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주치의 A씨가 잘못을 인정했다고 말했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법무팀이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며 의학적인 근거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다른 환자의 사망진단서에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해 논란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