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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서 열린 시인 '윤동주' 추모식 현장 (사진)

지난 21일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도쿄의 릿쿄대에서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9번째 추모식이 열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시인 윤동주가 일본 유학 초기에 다녔던 도쿄 소재 릿쿄대(立敎大)에서는 21일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 약 300명이 모인 가운데 서시가 양국 언어로 울려 퍼졌다.

 

이날 릿쿄대에서는 독립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를 기리는 행사가 올해로 9년째 열렸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생을 회고하며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에 참가했다.

 

추모행사의 백미는 시 낭송이었다.

 

편지, 봄, 굴뚝, 한란계, 십자가, 길, 산골 물, 흐르는 거리, 서시 등 윤동주의 시 9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됐다.

 

낭송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한국과 일본 양측 지원자들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모자(母子), 일본 초등학생, 일본 배우 등도 포함됐다.

 

고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서시는 전체 참석자가 함께 낭독했다.

 

청년 윤동주가 수놓은 언어가 양국 국민에게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남기고 있었다.

 

올해로 2년째 윤동주 추모 행사에 참가한 오하라 미호코(大原未步子·38·여) 씨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라는 표현이 아주 마음에 스며든다"며 "전쟁 중에 탄압하는 일본을 받아들이면서 왔는데 결국에서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니 시의 언어가 너무도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하고 강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원섭 일본 돗쿄(獨協)대 국제교양학부특임교수는 '청년 윤동주 내면 싸움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시에서 드러나는 고인의 정신세계를 분석했다.

 

그는 "윤동주 시라고 하면 투명한 분위기의 '서시'나 '별 헤는 밤' 등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청년기 작품 전체를 살펴보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윤동주가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는 타입이고 고민을 꾹 참는 성격,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한 청년"이었다며 "초자아가 발달한 대신 자신의 고뇌를 처리하는 것에는 미성숙한, 젊은 기독교 신자였다"고 해석했다.

 

윤동주는 1942년 2월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 영문과 선과(選科)에 입학했고 릿쿄대에 다니는 동안에는 봄, 흐르는 거리 등의 작품을 썼다.

 

그는 1942년 10월 교토(京都)시의 도시샤(同志社)대학으로 옮겼고 다음해 7월 14일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윤동주는 1944년에 징역 2년의 형이 확정돼 후쿠오카(福岡)형무소에 갇혀 있다가 1945년 2월 16일 옥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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