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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예언' 프랑스 영화감독 "예방할 수 있었더라면"

프랑스 파리 테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영화 '메이드 인 프랑스'의 영화 감독 니콜라 부크리에프는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 테러를 예언한 '메이드 인 프랑스' 포스터>

 

프랑스에서 자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파리 도심을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서 연쇄 테러에 나선다.

 

작년 11월 13일 파리 테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영화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의 내용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영화는 당초 작년 11월 18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에펠탑에 칼리니시코프 자동소총(AK소총)이 겹쳐진 이미지와 '위협은 내부로부터 온다'는 홍보 문구를 담은 포스터 400장이 파리 지하철에 붙었다. 

 

개봉까지 닷새 남은 13일의 금요일 밤 9시 30분께, 이 영화를 만든 니콜라 부크리에프(52) 감독은 급한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무장 괴한들이 파리에서 동시 다발 자살폭탄과 총기난사 공격을 벌였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130명이 숨진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참사 앞에서 부크리에프 감독은 "모두 그랬듯이 나도 처음에는 그저 충격에 빠졌다"며 "그러고 나서 곧 당장 영화 포스터를 떼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이 영화가 예언을 했다고 하지만, 무언가를 예언하기보다 예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감독으로서 내 작품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극단적인 프랑스 무슬림 하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의 훈련을 받고 돌아와 파리 교외에서 젊은이들을 끌어모아 결성한 조직이 등장한다.

 

이 조직에 감독 자신과 마찬가지로 알제리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기자 샘이 들어간다.

 

하산이 샹젤리제 거리에 차량폭탄을 터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전역에 연쇄 테러를 하라는 알카에다의 지령을 발표하자 샘은 '여성과 어린이를 죽이는 일'에 의문을 표시한다.

 

감독은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알카에다가 가장 큰 위협이 된 테러 조직이었다면서 "우리가 시작하고 나서야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표기)가 떠올랐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현실이 우리를 따라잡는 것만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가 예지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에 바르셀로나, 런던, 보스턴, 뉴욕에서 공격이 일어났다.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이번에는 파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잘 팔릴 만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았고 거리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이슬람 테러조직 대신 러시아 마피아를 등장시키는 가짜 대본을 제출하기도 했다.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영화는 포스트프러덕션(편집 등 촬영 후 제작 단계) 중에 있었고 배급사는 발을 뺐다. 

 

영국인이 운영하는 다른 배급사가 배급을 맡기로 하고 겨우 11월 18일로 개봉일을 잡을 수 있었다.

 

테러 이후 이 영화의 극장 개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영화는 오는 29일 현지 방송 TF1의 주문형비디오(VOD)로 온라인 개봉할 예정이다.

 

감독은 "주제가 폭력적이기에 영화도 폭력적이지만, 이념과 광적 신앙에 잡아먹힌 이들의 인간성은 어디에 있는가 탐구하고 싶었다"며 "그저 '사이코패스'로 보기보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을 용서하거나 동정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그들의 인간성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적이 아니라 프랑스의 아이들이다. 그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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