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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 잘하고 싶고 안 혼나고 싶다"...대표 폭언 다음날 회사서 숨진 수습사원의 일기

회사 대표로부터 수차례 질책과 폭언을 들은 수습직원이 회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에 대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회사 대표로부터 수차례 질책과 폭언을 들은 수습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26살이던 A씨는 2020년 7월 한 홍보대행에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채용한다는 조건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10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입사 후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었으며 사망 전날에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상 사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말부터 진료를 받아 온 우울증 환자였다. 법원은 A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과 주치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망 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기록 ▲A씨가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A씨의 일기 등 ▲주치의 소견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같은 해 10월 A씨가 쓴 일기에는 "생각이 복잡하다. 욕먹었던 대표님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복기할수록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다. 나도 일 잘하고 싶고, 안 혼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망 전날에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표로부터 "처음 들어왔을 때랑 달리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 질환 있냐"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이런 업무상 스트레스는 고인의 우울 증세를 크게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A씨의 우울 증세가 악화됐고,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라고 했다.

공단 측은 항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