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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수만휘' 카페에 올라와 수험생 오열시킨 '사수생 엄마'의 감동 편지

수험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 '수만휘'에 올해 네 번째 수능을 치르는 아들을 둔 엄마의 편지가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4년 전 수능날 코피 흘렸던 아들, 병원 가보니...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수능인 오늘, 시험장에서 수백 개의 문제와 사투를 벌이는 수험생들만큼 학부모들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오전 10시 22분 수험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 '수만휘(수능 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 카페에 사수생의 엄마 A씨 편지가 올라왔다. 


아들이 시험을 치러 고사장에 들어간 사이에 엄마는 '아들이 이 글을 보게 될지...'란 제목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 내려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편지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이 첫 수능을 본 건 지난 2019년이었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이날 영어 영역 듣기평가 중이던 아들은 코피를 쏟기 시작해 탐구 영역 시험을 치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들은 시험을 망쳤다. 


쏟아져 내린 피는 아들 몸에서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아들은 콩팥이 좋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픈 몸으로 재수, 삼수. 그리고 네 번째 도전


엄마는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 염분과 단백질, 인과 포타슘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하니 아들은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대신 약을 한 웅큼씩 삼켰다. 엄마는 달덩이 같이 부은 얼굴로 공부하는 아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아들은 이런 엄마에게 '인고의 착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인고의 착각이란 '고생하면 낙이 온다', '노력 끝엔 보상이 있다'는 믿음은 결국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들은 눈물로 3년을 보낸 엄마에게 "고통의 시간 속에 내용이 중요한 거지, 인고는 보상의 기준이 아니다"라며 "입시 성공을 위해 엄마 인생을 걸지 마"라고 했다. 


엄마는 이런 냉정하고 차가운 아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내 속에서 저런 놈이 나왔다'는 것에 아들을 존경했다. 


아들의 몸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고, 재수를 거처 삼수, 이제 사수에 도전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대병에 걸렸다'는 주변의 비난에도 아들을 믿어 온 엄마


A씨는 "엄마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논리대로 가질 않더라"라고 했다. 


이어 "투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도 싫었고, '의대병에 걸려 사수씩이나 하나 보다'라는 엄한 얘길 들을 때마다 내용과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가 정당화되는 사회적 폭력 맛봤다"며 지난 시간 겪었던 아픔을 기록했다. 


그는 "그런 인간 실격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일 때마다 그만큼 영혼의 일부가 침식 또는 부식된 것만 같았고, 엄만 자연스레 히키(코모리)가 되더구나"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는 힘이 솟았다고 했다. 


아들의 꾸준한 자기조절 능력과 성실함은 '나중에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게 될지언정 저놈은 인정받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겠구나'란 생각을 들게 했고, 이는 엄마의 힘의 원천이었다. 


A씨는 아들을 향해 "네 덕에 지력은 공명이요, 무력은 여포인 엄마로 성장했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는 "인생의 최대 지각변동기를 맞고 이는 아들, 현역 시절부터 발목 잡은 국어가 오늘만큼은 수월했길 바라고 2023년엔 대학 캠퍼스에서 네 즐거움을 찾길 바래"라며 아들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맙고, 건강하자 아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디 꼭 좋은 결과로 이번 수험생활을 청산하시길 바랍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눈물 나네요. 앞으로 꽃길만 있길 바랍니다", "제발 행운이 깃들기를"이라며 모자를 응원했다. 


인사이트Naver cafe '수만휘'


한편 수만휘는 지난 2004년 네이버 카페로 개설된 수험생 커뮤니티로 현재 가장 큰 수험생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텔볼스토리'라는 회사가 수만휘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은 수험생, 대학생, 학부모, 선생님 등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