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서울 목동으로 이사한 현직 의사가 직접 체험한 '학군'의 차이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의사가 목동으로 이사한 뒤 느낌 소감을 전했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인생의 성공을 거둔 의사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목동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이 아파트를 사는데 그동안 모았던 재산을 모두 쏟아부어야 했다.
이후 학군보다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의사의 생각은 180도 달라지게 됐다.
그는 "집이 좁아지고 차가 막히고 그런 불편함을 빼고, 왜 강남 집값이 그렇게 비싸고 학군 학군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사 오기 전,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살았을 때 그는 '네가 의사인데 이 정도는 희생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말을 종종 들어야 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식에게 좋은 물건을 사주면 며칠 뒤 친구들이 망가뜨려 놓거나, 잃어버리거나, 뺏기는 일이 파다했다.
목동으로 이사 온 후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아이가 남의 장난감에 손을 댔는데 피해 아이 부모가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도 차원이 달랐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이 많아 '요즘 ADHD(집중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동에서는 주의가 산만한 애들이 있으면 치료부터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전에 살던 곳처럼 아이들이 욕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목동의 아이들도 욕을 하는 경우가 있긴 했으나 귀여운 수준이었고 어른을 보면 인사도 잘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를 한다는 점 또한 목동의 하나의 문화였다.
남성은 "아이에게 공부를 시킨다는 게 그 동네에서는 잘 사는 집 부모들의 호들갑이었지만 여기서는 그냥 그 자체가 문화"라며 "사교육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노는 곳"이라고 했다.
목동에서 사교육을 안 받는 건 "교육 체계에 저항하는 잔다르크가 아니라 그냥 왕따로의 하이패스일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학원에서 영어부터 수학, 상식, 도덕은 물론 친화력까지 배워온다는 이유였다.
그는 최대한 돈을 모아서 강남을 가거나 최소한 목동에서라도 버틸 거라고 밝혔다.
자신이 '부자들은 악독하고 착취적, 서민들은 착하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 반대였다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부자들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백배 더 잘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던 해당 글은 최근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의사의 글에 공감을 표하며 "학군 사는 애들은 돈 뜯다가 경찰서는 안 갈 것 같다", "인맥, 공부환경, 사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훨씬 낫다", "근묵자흑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