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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공사장서 일하다 '수은 중독'된 근로자들

지난 3월 광주 광산구의 한 전구제조업체 공장에서 철거작업을 한 근로자들이 '수은 중독'을 호소하고 있다.

 

"아무도 그곳에 수은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5일 연합뉴스는 광주 광산구의 한 전구제조업체 공장에서 철거를 위해 설비절단작업을 한 김모(60)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철거된 광주공장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은형광등을 생산하며 하루 3kg 가량의 수은을 취급했던 곳으로, 김씨는 온몸에서 나타나는 원인 모를 통증에 두 달 가까이 병원 여러 곳을 전전했다.

 

공사현장에 떠도는 먼지와 고된 노동 때문에 몸이 축났다고 생각한 김씨는 한의사의 중금속 중독 검사 권유에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으며 그 결과 수은에 중독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의 몸에서는 정상인의 30배가 넘는 양의 수은이 검출됐고 지난 8월 12일 자신이 수은에 중독됐다는 병원진단서를 첨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김씨뿐만 아니라 몸이 아파서 먼저 철거현장을 떠난 동료 유모(55)씨 등 6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달에 150만 원 가량의 약값을 감당하느라 고통받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20여년 전에 건축돼 환기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지하실에서 철거공사를 진행한 근로자 20여명은 별다른 안전장구 없이 헬멧, 안전화, 방진마스크만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소절단기로 형광등 생산설비를 자르고 지하실 바깥으로 꺼내는 작업 과정에서 메케한 증기가 피어오르고 은색 액체가 덩어리째 흘러나왔지만 당시에는 이 물질이 수은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공장 관계자 누구도 이곳에서 수은을 다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은은 실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데 산소절단기가 뿜어내는 열과 비슷한 357℃에서는 기체로 변하는 독성 중금속으로, 피부에 직접 닿을 때보다 증기를 흡입할 때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심지어 공사를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몸이 아프다며 철거현장을 떠나는 근로자들도 발생했다.

 


 

김씨와 함께 철거작업에 투입된 A(45)씨는 "근로자들이 병원에서 수은중독이랑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며 "공장 관계자에게 수은이 뭐냐고 물어보자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액체와 통에 담긴 액체를 가리키며 '저게 수은이잖아'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공장 관계자들이 처음부터 수은을 다뤘던 곳이라고 말해주지 않은게 가장 원망스럽다"고 전했다.

 

전구공장 관계자는 "가동을 멈춘 지 1년이 지난 설비 안에 수은이 남아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공장 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도 전부 퇴사해 철거공사 현장에 수은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김씨를 포함해 49명의 철거근로자, 업체 관계자 등이 수은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이들의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한편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일 수은 중독 근로자에게 수은 노출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혐의 등으로 전구업체 대표이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장미란 기자 mira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