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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0.1% 엘리트가 고려항공 타고 중국 유학 가서 '한국인'이라고 거짓말한 이유

북한에서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탈북민이 탈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했다.

인사이트북한의 대학생들 / KBS1 '남북의 창'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종종 뉴스를 통해 북한 고위급 인사 혹은 그 자제들의 탈북 소식을 듣는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많이 듣는 말은 "북한에서 상위 0.1%인데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이야?"라고 한다. 


북한에서 남들의 부러움을 받던 '잘나가는 집안'에서 자랐다고 밝힌 탈북민 김 씨는 '맞는 말이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중국 주재원으로 있는 유복한 집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유학도 갈 수 있었다. 


이런 그가 탈북을 마음먹은 건, 2010년 평양에서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다. 


그는 고려항공 비행기 옆에 착륙한 커다란 대한항공 비행기를 보고 비참함을 느꼈다. 평양을 떠난 지 불과 2시간 만이었다. 


인사이트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 gettyimagesBank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했던 그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듯한 느낌에 부끄러웠다. 택시를 타면 한국인에서 온 유학생, 또는 조선족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조국 북한에 대한 부끄러움도 날로 커졌다. 드라마를 통해 보는 한국의 모습, 그리고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나라에서 수백만 불짜리 술을 마시는 김정일의 모습이 대치됐다.


북한 유학생들은 이곳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몰랐던 척 과거로 돌아가는 집단, 새로운 진실 앞에 분노하고 북한 체제에 울분을 토해내는 집단으로 나뉜다. 


물론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김씨는 가족들이 총살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두려워하면서도 한국을 향한 동경을 끊을 수 업었다.


인사이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


김씨는 '탈북민 꽃제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비로소 북한의 현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비싼 파스타를 먹으며 생일 파티를 할 때 먹을 것이 없어 시장 바닥을 헤매는 아이들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 그 혜택을 대대손손 누리기 위해 권력을 대물림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는 북한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이 사망하자 파티를 벌였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북 스토리를 담담하게 풀어낸 김씨는 "이정도면 '상위 0.1%인데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이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라고 했다. 


인사이트탈북민 김금혁 씨 / YouTube '난세일기'


인사이트김금혁 씨 페이스북 캡쳐


A씨는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이 바로 그가 꿈꾸는 북한의 모습이다. 


그는 "3대에 걸쳐 독재가 이어지는 비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들어 대동강의 기적을 통해 북한 사람들에게도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매해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탈북자들의 입국 당시 연령은 30대(29%)와 20대(28.5%)가 다수를 차지했고, 학력은 중고등학교 졸업이 70%,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16.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