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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아빠가 재벌회장에게 팥죽 기프티콘을 보낸 이유

재벌그룹 두산을 이끌었던 박용만 회장의 짧은 글 하나가 화제다.

인사이트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2014년 4월,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빠는 좌절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그를 먼 곳에서 바라본 재벌그룹 회장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다. 재벌 회장은 아이의 아빠가 회복하는지, 자식보다 더 오래 사는 그 '생지옥'을 버텨낼 수 있을지 늘 걱정했다.


걱정해주는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아이의 아빠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버텨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뒤 재벌 회장에게 선물을 하나 보냈다.


23일 두산그룹 회장을 지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담담한 문체로 글 하나를 작성해 올렸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박 회장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한 직원은 2014년 4월 16일, 이른바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었다.


박 회장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전남 진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절규의 소리를 들었다. 악을 쓰는 통곡, 그것은 박 회장이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대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박 회장은 그 부하 직원도 직접 만났다. 꺼칠한 얼굴을 한 직원을 보고 그는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내지 못했다. 몇 마디 위로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박 회장은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박 회장에게 '진도'는 절규의 도시가 됐다.


인사이트뉴스1


두 달이 지난 뒤 박 회장은 부하 직원이 292번째로 아이의 시신을 바닷 속에서 인도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의 시신을 찾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뉴스에서는 연일 전쟁이 보도됐다. 원인 규명을 호소하는 이와 악에 받친 비난을 내뿜어대는 이들이 대립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박 회장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부하직원이 몸담고 있는 계열사 대표를 불러 "아이 아빠가 가족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라"고 당부까지 했다. 뭐라도 도와주고팠던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쓰면서 어느새 박 회장은 부하직원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박 회장은 "내가 별로 해준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을 전해 받으며 위로받은 사람에게는 '별 거 아닌 게' 아니었나 보다. 그렇다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 진심을 전해 받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부하 직원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 어느 면에서나 뚜렷하게 성공한 재벌 회장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 듯하다.


2019년 12월 22일 동짓날, 그 부하 직원은 박 회장에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선물 하나를 보냈다.


'동지 팥죽'. 부하 직원은 재벌 회장에게 동지 팥죽을 먹을 수 있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보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박 회장은 "동지라고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는 말과 함께 글을 마쳤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거쳐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지냈다.


이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두산그룹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2년부터는 회장직을 겸했다. 현재는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