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매혹적인 외모로 고종 황제 유혹해 조선 망하게 했던 '일본 스파이'의 정체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로 길러져 조선을 일본의 손아귀에 밀어 넣었던 밀정 다야마 사다코는 사실 배분남으로 불리던 조선인이었다.

인사이트다야마 사다코를 모티브로 한 '각시탈' 채홍주(한채아 분) 역 / KBS 2TV '각시탈'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조선 침략의 원흉이자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에게는 다야마 사다코(田山 貞子)라는 수양딸이 하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사다코는 외모 또한 아름다웠다. 뭇남성들이 그를 보고 쉽게 시선을 거두기 힘들 정도였다. 


이토는 이런 사다코를 '밀정'으로 키웠다. 그에게 수영, 승마, 사격, 국제예절, 변장술 등을 가르치며 일본 최고의 밀정이 되라고 가르쳤다. 


이토의 계략은 적중했다. 


이토의 관심과 지원으로 훌륭한 밀정이 된 사다코는 조선으로 건너가 고종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이른다. 


인사이트KBS 2TV '각시탈'


그렇게 사다코의 은밀한 정사(政事)가 시작됐다. 철저히 신분을 숨긴 그는 고종에게 "이토는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해 줄 인물"이라고 속삭인다.


조선 황실의 기밀을 빼내 모두 일본으로 넘기는 과감함도 보였다.


당시 고종은 러시아 세력을 이용, 일본을 견제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의 피신을 계획했다. 하지만 시도하기도 전에 일본에 발각됐는데 이 또한 사다코가 밀고했다는 설이 있다.


인사이트tvN '프리한 19'


이토가 총살 당한 이후에도 사다코는 일본 밀정의 임무를 계속했다.


그는 만주로 건너가 미인계를 이용해 독립군들의 정보를 캐냈고, 이를 토대로 독립군을 체포하고 살해하는 단체 '보민회'를 창설한다.


조선 여성 100여 명을 남태평양까지 끌고 가 일본군 위안소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당연히 조선인을 팔아넘긴 금전적 대가는 모두 사다코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인사이트위안부 피해자의 모습 / 서울시


잔학한 스파이로 조선을 일본의 손아귀에 통째로 밀어 넣었던 사다코. 사실 그는 1870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던 '조선인' 배분남이었다. 


김해의 한 고을 아전이었던 배분남의 아버지는 명성황후 정권에 반대하다가 흥선대원군 실각 후 사형을 당했다. 


그 충격으로 실명하게 된 어머니는 연좌제에 걸려 천민이 됐고, 배분남은 그런 어머니를 따라다니다가 기생으로 팔려가거나 사찰에서 비구니로 살며 한동안 기구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배분남의 마음속에는 조선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만이 가득해져 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가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배분남에게 일본으로 건너갈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에서 갑신정변의 실패로 망명해 있던 김옥균을 만났고 그의 소개로 이토와 마주하게 된다. 


이토는 배분남을 양녀로 들이고 죽은 친딸의 이름을 붙여줬다. 향후 그의 이름이 된 '배정자'는 사다코(貞子)의 한국식 발음이다. 


인사이트tvN '프리한19'


이토의 철저한 계획 아래 '일본 스파이'로 길러진 배정자는 광복 이후 '친일 1호'로 검거된다.


재판장에 선 그는 자신의 만행을 "어린 나이의 실수였을 뿐"이라 평했다.


마지막까지도 반성은 없었다. 일본인보다 더욱 악랄했던 조선인 배정자는 출소 후 1952년 2월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나이 82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