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얼음장 같은 물에서 동생 안고 50분 동안 '까치발'로 버텨 살려낸 11살 누나

초등학생 남매가 8미터 깊이의 빗물펌프장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가족의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다. 거대하고 아름다워서 가끔은 믿기지 않는 놀라운 힘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두 남매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이야기는 2013년 4월 11일에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오후 7시께 근처 공부방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두 남매는 서울 강북구 송중동에 있는 빗물 체류지 펌프장 아래로 추락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또래 아이들이 철판 위에서 뛰어놀던 장면을 본 남동생 허건(9) 군이 그 위에서 뛰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떠나자마자 자신도 그 위로 올라가 뛰기 시작한 허건 군. 누나인 허민(11) 양은 이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 동생의 손을 잡아끌며 집에 가자고 재촉했다.


그런데 이때, 철판이 구부러지며 동생 허건 군이 아래로 떨어졌고 손을 잡고 있던 누나도 함께 철판 밑으로 끌려 들어갔다.


두 남매가 빠진 펌프장은 깊은 우물 속 같았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고요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키가 153cm인 허민 양은 턱밑까지만 물이 차올라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지만 키가 140cm밖에 안되는 허건 군은 업히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었다.


허민 양은 동생이 물에 잠기지 않게 까치발을 한 채 동생을 업고 있었다.


누나는 계속해서 8m 위의 허공을 향해 "살려주세요"라고 고함을 쳤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누나 그냥 나 내려줘, 이러다 누나 죽으면 안 되잖아"


오물이 둥둥 떠다니는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허건 군이 허민 양에게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본인도 무섭고 힘들었을 테지만 허민 양은 계속해서 동생에게 "어른들이 구해줄 거야"라며 안심시키고 다독였다.


허민 양은 동생과 함께 아래로 추락할 때 어깨와 허벅지를 심하게 부딪쳐 부상까지 당한 상태였지만 등에 업혀 있는 동생이 위험해질까 봐 끝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50여 분이 지났을까. 허민 양의 목소리를 들은 중학생이 인근 공부방 교사에게 알려 주민들이 구조하기 위해 나왔다.


이들은 "소방관이 오고 있으니 걱정 말라. 정신 꼭 차리고 있어야 한다"며 남매를 응원했다.


몇 분 뒤 도착한 소방관과 주민 40여 명은 밧줄로 고정된 남매를 끌어올렸다. 50분 만에 구출된 두 남매는 다행히 큰 상처는 없는 상태였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이후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허민 양은 "떨어진 뒤 동생이 허우적거려 얼른 업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갈 때도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데 많이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동생 허건 군은 "(내가) 무거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 놓으라고, 괜찮다고 했다"라며 누나를 걱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여전히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며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 두 남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허건 군은 누나에게 약속 하나를 했다고 한다.


"다시는 누나 허락 없이 위험한 곳 안 갈 거야! 누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