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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찾는 '오리 가족' 차도 건너다 '로드킬' 당하지 말라고 보호 작전 펼친 경찰과 시민들

지난 12일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는 차로를 건너는 오리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잠시 교통이 통제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광주 광산경찰서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휴일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청둥오리 가족의 여정을 보호하기 위한 대작전이 이뤄졌다.


지난 12일 오후 5시쯤 광주시 광산구 수완동 임방울대로는 예고 없이 통제됐다. 어미 오리의 꽁무니를 쫓는 새끼 오리 14마리가 차로를 가로질러 건너면서다.


교통경찰관들은 오리 떼가 왕복 10차선을 건너는 10분 동안 운전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운전자들도 불편한 내색 없이 어미 오리를 따라 뒤뚱뒤뚱 걷는 새끼 오리들을 기다려줬다.


이날 대작전은 청둥오리 일가족의 보금자리를 근처 강으로 옮겨달라는 동물보호단체와 주민의 요청을 받아 계획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광주 광산경찰서 


동물보호단체와 주민은 경찰에 어미 오리의 슬픈 사연을 설명하고 간곡하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이 어미 오리는 지난 2017년 임방울대로 근처 아파트 한 옥상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당시 낳은 새끼들은 모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홀로 살아남은 어미 오리는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새끼들을 낳아 열심히 길러냈다. 그러나 또 한 번 새끼들은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어미 오리는 슬픔에 잠겨 매일 같이 울었다.


어미 오리를 가까이서 지켜본 아파트 주민은 동물보호단체와 경찰에 "오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근처의 풍영정천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광주 광산경찰서 


경찰과 동물보호단체는 주민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오리 가족 구출 대작전을 기획했다. 


먼저 옥상과 지상을 연결한 비닐 통로를 만들어 청둥오리 가족의 착지를 도왔다. 오리 가족이 풍영정천에 걸어서 도착하기까지 세심하게 보필하는 역할도 맡았다.


오전 7시 30분 아파트 옥상을 떠난 오리 가족은 약 10시간 만에 직선거리로 200m 남짓한 풍영정청에 도달했다.


광주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경찰 본연의 임무가 아니었기에 장시간 회의를 거쳐 긴급도로통제 결정을 내렸다"며 "귀한 생명을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