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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방금 만났던 남친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요"

소위 '상상을 하지 못하는 병'이라고 불리는 아판타시아(Aphantasia, 시각실인)는 한 사람으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한다.

인사이트영화 '뷰티인사이드'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아닌 너로 가득 찼다.


널 만난 순간 단단하게 잠겨 있던 마음의 문이 열렸다. 누구도 바꾸지 못했던, 아니 바꾸려고만 해도 도망쳤던 내 가치관을 너로 인해 스스로 바꾸고 있다.


흔하디흔한 사랑 노래에서 흘러나오던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게 해준 그 사람.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다.


만나는 순간조차 그립고,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의 조각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고 그를 떠올려본다. 그의 온기가 느껴지고, 숨결이 느껴지고, 감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하는 그 사람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나에게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전 세계 인구의 2.5%가 앓고 있는 희귀 증상. 소위 '상상을 하지 못하는 병'이라고 불리는 아판타시아(Aphantasia, 시각실인)는 한 사람으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한다.


이들은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상상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다.


인사이트영화 '뷰티인사이드'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눈을 감고 '사과'를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빨간색 사과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초록색 사과를 떠올릴 것이다. 잘 깎아놓은 사과 조각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아판타시아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형체나 이미지도 상상할 수 없다. 그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칠흑 같은 어둠만 보일 뿐이다.


이들은 시각적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것을 머릿속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사물은 물론,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다.


인사이트영화 '뷰티인사이드'


일상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어 자신이 해당 증상을 앓고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대단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오히려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전 세계에서 약 2.5%가 아판타시아를 앓고 있으며,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뇌에서 상상하는 일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시각피질 사이의 신호 장애 때문인 것으로 그 원인을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