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월)

20년간 수입하던 일본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 이젠 하이트진로가 한국서 직접 만든다

일본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던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가 이제 국내에서도 만들어진다. 일본 현지 제품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신선한 맥주를 빠르게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20년 넘게 일본 기린과 협력해 온 하이트진로가 축적된 생산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제조를 맡았다.


12일 하이트진로는 일본 맥주기업 기린(KIRIN)과 체결한 기술제휴 업무협약(MOU)에 따라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맥주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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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지난 7월 협약을 체결했다. 기린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유통사가 아시아에서 기린 맥주를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 배경과 품질 검증 과정, 향후 공급 계획 등을 공개했다.


기린은 그동안 아시아 지역 수입 파트너사에 생산 라이선스를 제공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맥주 수요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졌고,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하이트진로를 국내 생산 파트너로 선택했다.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이트진로를 통해 기린 이치방 병맥주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2011년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부터 캔맥주와 생맥주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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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양사는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넓혀왔다. 기린 이치방은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판매 기록을 새롭게 쓸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넘게 이어온 협력 관계가 이번에는 맥주 제조 기술과 품질관리 분야까지 확대됐다. 


소비자는 맥주를 더욱 신선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 통관을 거쳐 국내 시장에 유통되기까지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면 이 기간을 1~2주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생산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맥주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유리해진다. 해외 운송과 물류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안정적인 제품 공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생산을 위한 준비에도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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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방 시보리'는 일본어로 '첫 맥즙'을 뜻한다. 맥아에서 처음 추출한 맥즙만 사용하는 제조 방식으로, 보리 본연의 진한 맛과 깔끔한 풍미가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일본 기린으로부터 핵심 제조 공법과 전용 효모를 직접 제공받았다.


효모는 기린 생산공장에서 공급받아 국내에서 배양하고, 맥아와 홉 등 다른 원재료도 기린이 지정한 원산지와 품질 규격에 맞춰 사용한다.


국내에서 만든 맥주를 일본으로 보내 맛과 향을 평가하는 관능검사와 수치 분석을 실시했다. 일본 기린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을 거쳐 국내 생산 승인을 받았다.


국내 생산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일본 현지 기술진도 참여했다. 원료 관리부터 제조 공정, 품질관리 기준까지 기린의 기술을 전주공장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하이트진로는 생산 이후에도 일본 기린과 정기적인 기술 교류를 이어가며 제품 품질을 관리할 예정이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사이트


하이트진로가 목표로 하는 초기 생산량은 약 150만 리터(L)다. 500mL 캔맥주로 환산하면 약 300만 개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내년까지 국내 기린 이치방 판매량의 약 75%를 전주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전주공장의 생산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대규모 설비 증설 없이도 초기 생산량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생산 제품은 이달 첫째 주부터 출고됐다. 기존 수입 제품의 재고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국 유통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으로 절감되는 운송비를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활용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맥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국내 생산 체계를 확보하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더욱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을 테라·켈리 등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맥주로 보고, 성장하는 일본 맥주 수요에 대응해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 인사이트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는 "당사의 대표적인 수입맥주 브랜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은 지난 20년 동안 기린사와의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끌어온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결실을 맺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캔맥주의 국내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병맥주와 생맥주 등으로 생산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은 캔맥주 생산이 안정화된 이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