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삼겹살이나 보관 기간이 오래된 돼지고기를 불판에 구울 때 고기 주변으로 계란찜처럼 피어오르는 지저분한 하얀 찌꺼기의 정체는 고기의 신선도와 보관 상태를 보여주는 과학적 지표다.
많은 소비자가 이를 고기 내부의 비계나 기름이 굳은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축산물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유출 현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식품가공학 데이터에 따르면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백색 물질의 공식 명칭은 드립 가열 응고물이다.
식육 내부의 수분과 수용성 단백질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드립 현상은 주로 고기를 장기간 보관했거나 영하의 온도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급속 냉동 및 해동했을 때 발생한다.
육류를 얼리는 과정에서 세포 내부의 수분이 얼어붙으며 얼음 결정이 생성되는데 냉동 속도가 느리거나 보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이 결정이 비대해진다. 거대해진 얼음 결정은 결국 고기의 미세한 세포막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세포막이 파괴된 고기를 이후 불판 위에서 가열하면 손상된 틈을 통해 내부의 수분과 함께 미오글로빈, 알부민 등 유익한 수용성 단백질 성분이 한꺼번에 밖으로 흘러나온다.
이렇게 유출된 액체 성분이 열을 받아 변성되고 굳어지면서 육안으로 보기에 지저분한 하얀 찌꺼기 형태로 표면에 맺히게 된다. 유통 구조가 짧고 세포막이 온전하게 유지된 신선한 냉장 생고기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 하얀 찌꺼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고기의 품질과 맛이 이미 크게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수분과 단백질이 포함된 육즙이 조리 과정에서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풍미를 잃고 식감이 매우 퍽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드립 현상이 심한 고기는 수분 손실로 인해 구운 후 전체 중량이 크게 감소하며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유독 심하게 나기도 한다.
식품 가공 전문가들은 육류를 보관할 때 세포막 파괴를 최소화하는 보관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육류를 냉동해야 할 때는 가정용 냉동고보다는 가급적 온도가 낮고 냉각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급속 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해동 과정인데 냉동된 고기를 상온에 방치하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급격하게 온도를 높이면 세포막 손상이 극대화되어 드립 현상이 심화된다.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 영하 1도에서 영상 2도 사이의 저온에서 천천히 완만 해동하는 방식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