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대표가 'AX 플랫폼 기업' 전환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취임 직후 회사 안팎에 먼저 드러난 조치는 성장 드라이브보다 내부 정상화에 가까웠다.
KT는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직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대외적으로는 AX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경영 초반 행보는 인력 재배치와 현장 점검, 신뢰 회복 쪽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몸집 줄이기였다. KT는 박 대표 취임 당일 7개 광역본부를 4개 권역으로 통합·재편하고, 임원급 조직도 약 30% 축소했다. 회사는 이를 두고 대내외 신뢰 회복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 고객 서비스·품질 중심의 현장 경영 강화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이 받아들인 첫 인상은 미래 사업 확장보다 조직 수습과 효율화에 더 가까웠다.
박 대표 체제의 상징적 첫 조치는 '토탈영업TF' 인력 재배치였다. KT는 4월 들어 토탈영업센터 폐지와 함께 2300명 인력의 전환 배치에 착수했고, 희망 부서 조사에 들어갔다. 이 조직은 김영섭 전 대표 시절 자회사 전출을 거부한 인력 약 2500명 가운데 퇴직 등으로 이탈한 인원을 제외한 약 2300명이 배치됐던 곳이다. 당시 전출 강요 논란과 영업 압박 문제까지 불거졌던 만큼, 박윤영 체제 출범 직후 이 조직을 해체하고 현장 재배치에 나선 것은 새 성장 서사를 보여주기보다 전임 체제의 후유증을 정리하는 조치로 읽힌다.
박 대표의 실제 동선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박 대표는 4월 9일 첫 공식 석상에서 'AX 플랫폼 기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같은 자리에서 지난해 펨토셀 해킹 사고에 대해 먼저 사과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네트워크 보안 현장 운영 현장이었다고 직접 밝혔고, 현장에서 보안 문제와 직원들의 어려움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AI와 AX를 말했지만, 박윤영 체제의 첫 언어는 성장보다 신뢰 회복과 '사고 수습'에 더 가까웠던 셈이다.
그럴 만한 배경도 분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KT 침해사고 최종 조사에서 KT의 과실을 인정했고, 전체 이용자를 상대로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불법 펨토셀로 인해 가입자 2만2227명의 식별번호·단말기 식별번호·전화번호가 유출됐고, 368명은 무단 소액결제로 2억43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KT 전체 서버 점검에서는 94대 서버에서 악성코드 103종이 확인됐다. 새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AI 투자보다 보안과 운영 현장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박윤영 KT의 첫 경영 과제는 AX 추진보다는 AX를 말할 수 있을 만큼 회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임원 30% 축소, 2300명 재배치, 보안 현장 점검, 해킹 사고 사과까지 이어진 초기 조치를 보면, 박윤영 체제의 첫 성적표는 AI 비전의 화려함보다 KT 내부에 쌓인 구조조정 후유증과 신뢰 훼손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