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역대급 기상 이변이 지구촌을 덮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상 예보 기구들은 올해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현상은 최소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전망이며 일부 지역에는 기록적인 가뭄을, 다른 지역에는 강력한 폭풍을 동반하며 지구 기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주 발표한 예측 보고서를 통해 엘니뇨가 올해 봄이나 여름 사이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1.5도 이상 높은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은 50%, 2도 이상 높은 '극심한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은 2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는 글로벌 날씨 패턴을 뒤흔들어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초래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과학자들은 이를 미래 기후 위기에 대비할 기회로 보기도 한다.
마이애미 대학교 연구 교수이자 NOAA 예보 팀원인 에밀리 베커는 "엘니뇨는 특정 방식으로 대기에 영향을 미치기에 재해 발생 지역을 예측하기 수월하다"며 "잠재적 결과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얻는 예보상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에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역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순환이 변하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
전문적인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기상 기구들이 극도로 강한 엘니뇨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슈퍼 엘니뇨'는 과거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5~2016년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 당시 북태평양 중부에서는 역대급飓风(허리케인) 시즌이 이어졌고 에티오피아 가뭄과 푸에르토리코 용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지구 지표면 온도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베커 교수는 "사건 발생 전부터 극심한 엘니뇨 확률을 25%로 예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봄철 컴퓨터 모델은 수온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어 초가을쯤 정확한 강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니뇨의 영향은 단순히 날씨에 그치지 않고 야생 동물 생태계와 지구 자전 속도에까지 미친다.
고공 제트기류를 남쪽으로 밀어내 미국 동남부와 텍사스 등지에 폭우를 뿌리는 반면 남부 아프리카에는 극심한 가뭄과 기아를 유발한다.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는 강수량 감소로 인한 대형 산불이 빈번해진다. 해수 온난화는 바다 속 영양분과 물고기 개체수를 줄여 먹이 사슬을 파괴하기도 한다.
실제로 1980년대와 90년대 강한 엘니뇨 이후 갈라파고스 제도의 펭귄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대서양에서는 엘니뇨가 수직풍인 '연직 바람 시어'를 강화해 허리케인의 형성을 방해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장기 기후 패턴을 추적하는 것이 결국 재앙에 맞설 최선의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